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1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동원된 관제 투표일뿐만 아니라, 너무나 심각한 불법, 반칙으로 인해 주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모독함으로써 우리 헌정사에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을 반으로 딱 가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마치 ‘소득에 따른 우열반’을 만드는 것과 같으며, 사회양극화를 학생양극화로 확대 재생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불법과 탈법, 편법으로 얼룩져 있다고 지적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서울시장이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인 학교급식 사무는 서울시장이 아닌 교육감의 사무이자 권한에 속하는 일이다. 따라서 주민투표법에 의해 서울시장이 발의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CBS노컷뉴스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민의 조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주민투표 문구는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선택지에 담긴 내용은 우리 교육청이 소득 구분없이 2011학년도에 초등학교, 2012학년도에 중학교에 대하여 매년 1개 학년씩 연차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여 2014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과 그 내용이 명백히 다를 뿐 아니라, 서울시의 정책을 담았다는 선택지 역시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정책이고 주민투표 청구 취지 발표 이후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의 확인절차에서도 30만 건이 넘는 37.2%의 서명이 무효로 판명됐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불법, 혹은 무효서명은 주민들의 자발적 청구라는 주민투표의 제도적 취지를 무색케 하고, 민주주의적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들의 청구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의한 관제선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주민투표가 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시민들을 동원한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주의 실현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곽노현 교육감은 “어떤 정치인도 교육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저는 주민투표를 청구하고 발의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여러분은 한 번이라도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았는지…. 이번 주민투표는 비정한 투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기자회견문 전문.

서울시민 여러분
오늘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발의했습니다.
최근 폭우로 인해 많은 서울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적인 주민투표를 무리하게 발의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학교 급식을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소득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할 것인지는 그 나라 복지정책의 철학에 관한 문제로, 불가피한 경우 시민들에게 직접 의사를 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보충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이기에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의 청구와 발의는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동원된 관제 투표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심각한 불법, 반칙으로 인해 주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모독함으로써 우리 헌정사에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이러한 불법과 반칙에 맞설 것이며,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를 다 하고자 합니다.

우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서울시장이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인 학교급식 사무는 서울시장이 아닌 교육감의 사무이자 권한에 속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주민투표법에 의해 서울시장이 발의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서울시장의 이번 주민투표 발의는 교육자치의 법과 정신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오 시장은 주민투표 발의공고를 하면서 6월 17일 주민투표 청구사실 공표 시 존재하지 않았던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라는 주민투표안 제목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누구의 지원 범위인지 불분명합니다. 시장의 지원 범위를 말하는 것이라면 투표의 결과가 어떻든 교육청 정책을 구속할 수 없고, 만약 교육청의 지원 범위를 말한다면 이는 분명히 서울시장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적 주민투표가 됩니다.

저는 오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사법적 심판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교육의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부합합니다. 이는 서울시 보다 재정 형편이 훨씬 더 열악한 지자체에서도 보편적인 무상급식을 널리 시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보편적 무상급식 실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확인된 서울시민의 뜻이자, 시대정신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들 사이에 ‘선’을 긋는 일은 가능한 한 삼가는 것이 교육적이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수혜자인지 아닌지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그러한 선별적 제도 자체가 이미 아이들의 공동생활에까지 사회적 계층구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학교는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모두 섞여서, 다 함께 민주시민으로 커나가는 공동체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은 그 가능성에 있어서 모두 부자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50% 차별급식은 지원 대상자 선정 등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나아가 학생들을 반으로 딱 가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득에 따른 우열반’을 만드는 것과 같으며, 사회양극화를 학생양극화로 확대 재생산하는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주민투표는 나쁜 투표입니다.

저는 오세훈 시장의 50% 차별급식이라는 기준선이 무엇에 근거해 도출됐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만약 이번 주민투표가 50% 기준선의 정당성을 묻는 것이라며, 앞으로 지원대상자를 60%, 70%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때마다 주민투표의 형식으로 물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잣대로 국민의 뜻을 묻는다면 누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누차 지적했듯이 그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불법과 불공정성, 반칙으로 인해 민의의 확인이 아닌 민의의 조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첫째, 주민투표안 자체가 사실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합니다.
오 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 안은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지에 담긴 내용은 우리 교육청이 소득 구분없이 2011학년도에 초등학교, 2012학년도에 중학교에 대하여 매년 1개 학년씩 연차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여 2014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과 그 내용이 명백히 다를 뿐 아니라, 서울시의 정책을 담았다는 선택지 역시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정책이고 주민투표 청구 취지 발표 이후 급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서울시는 주민투표 문안을 확정함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계획과 의견을 단 한 차례도 사전에 조회하지 않고 교육청의 계획과 무관한 ‘단계적’․‘전면적’ 이란 대비된 문구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확정했습니다.

둘째,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의 확인절차에서도 30만 건이 넘는 37.2%의 서명이 무효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불법, 혹은 무효서명은 주민들의 자발적 청구라는 주민투표의 제도적 취지를 무색케 하고, 민주주의적 본질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셋째,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들의 청구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의한 관제선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주민투표가 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시민들을 동원한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주의 실현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입니다.

어떤 정치인도 교육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주민투표를 청구하고 발의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한 번이라도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았는지... 이번 주민투표는 비정한 투표입니다.
더욱이 공정하지도, 사리에 맞지도 않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서울시민의 뜻을 불법과 반칙으로 송두리째 부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법당국에 당부합니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조례를 이미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야5당도 이번 주민투표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법원의 현명하고도 신속한 재판을 부탁합니다. 민주주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서울시민의 지혜로운 판단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 8. 1

서울특별시교육감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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