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인생, 잘난 것 하나없는 가난한 여성 직장인, 건어물녀, 직장 내의 성희롱과 학력 차별 등 연재(김선아)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흔하다 못해 식상한 소재들이다. 거기에 해외여행에서 만나게될 건방진 재벌2세와의 로맨스까지 지난 주말 방송을 시작한 SBS <여인의 향기>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보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콘텐츠도 ‘테크노마트 태보 진동’과 마찬가지로 고유 주파수와 만나면 폭발력을 갖는다. 비록 일상적인 소재들이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일 경우 폭발력있는 공명(共鳴)현상을 가지게 되듯 말이다.
일상적 불평등에 시달린 직장여성들에게 선사하는 쾌감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 ||
<여인의 향기>가 가지는 공명은 그녀의 모습이 편차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약직으로 시작해 천신만고 끝에 정규직이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설움 들이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특히 여성일 경우)로 성희롱과 독설을 참아내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부재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저열한지를 보여주는 아주 일반적인 사례가 아닌가.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 ||
연재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오키나와로 떠났다. 하지만 연재나 시청자들이나 그곳에서 돌아온 이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연재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뒷감당’ 때문 아닌가. 도태될까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적 공포’는 너무나도 쉽게 불평등을 감내하게 만든다. 흔한 설정임에도 연재 캐릭터가 환호를 받는데에는 직장여성들의 고통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제작진과 이를 잘 소화해낸 김선아의 연기력에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간 드라마가 흔하다라는 클리쉐를 답습했을 뿐, 그 안에 디테일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있다. 보잘 것 없는 여성의 러브스토리라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신데렐라의 현실보다 그녀가 보상으로 받게될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 <여인의 향기> 이연재 캐릭터가 초반임에도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수난과 갈등이 이후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설정’을 위한 목적에만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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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