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난 13일 발생한 산업스파이 의혹사건과 관련, 언론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펴면서 보도를 막으려 한 사실이 확인돼 물의를 빚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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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13일 삼성중공업 상용차사업본부 마케팅팀 직원 3명이 기아자동차 광명시 소하리공장내 신형 봉고차 등을 사진촬영 하다 붙잡히자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우려, 사건발생 직후 간부들을 동원해 집요하게 대언론 로비를 편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는 주로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은 이날 연합통신 경제부 박모기자가 스파이 의혹사실을 처음 기사화 하자 직원 3명을 연합통신에 직접보내 로비활동을 폈다. 박기자는 “15일 오후 8시30분께 기사를 출고했으나 담당 데스크가 윗선의 지시로 기사를 뺐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박기자는 다음날 일부 석간신문에 보도가 나간 뒤 데스크진에 다시한번 기사화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연합통신 이정명 경제국장은 “기사제공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과 기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기사를 다루지 않는게 좋겠다고 판단,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국장은 “삼성직원 세사람이 회사를 직접 방문,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혀 기사삭제 과정에 삼성측의 로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여타 신문사의 경우 16일, 17일사이 초판에 실렸던 기사가 아예 삭제되거나 눈에 띄게 축소보도돼 삼성측의 로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초판에서 경제면 머릿기사와 사회면 4단크기로 ‘삼성 기업윤리 도마에’ 등의 제목을 달아 비중있게 다뤘다가 최종판에선 경제면 1단 스트레이트로만 보도했다. 초판에서 경제면 1단으로 보도했던 동아일보는 최종판에서는 아예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등 경제지들도 초판에 관련기사를 게재했으나 최종판에선 모두 삭제했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은 처음부터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방송사의 경우도 MBC와 SBS가 20여초, 1분30초 정도 보도, 단신 처리하는데 그쳤으며 KBS는 16일 9시뉴스에서 관련기사를 아예 다루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송희영 경제부장은 “삼성그룹 홍보실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로비를 했던게 사실”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기사를 축소한 주요한 이유는 기아측의 주장이 명확치 않고 다른 신문들이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경제부 기자들은 기아측이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기 전부터 삼성측이 편집간부 등에게 이미 ‘해명’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홍보팀 김광태부장은 “언론사에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뿐 기사를 빼달라는 등의 로비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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