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전문채널 YTN 웨더(Weather)의 여자 기상캐스터들이 개국 기념식에서 펼친 축하공연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YTN 웨더 개국 기념식에서 여자 기상캐스터 4명이 남자 뮤지컬배우들과 함께 ‘오버더레인보우’, ‘댄싱퀸’ 등 노래 4곡을 뮤지컬 형식의 공연으로 선보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재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연을 펼친 여자 기상캐스터들은 YTN 웨더 출범을 앞두고 새로 채용된 계약직 기상캐스터들이다. YTN은 YTN 웨더 개국을 위해 기상캐스터 5명(남자 1명)을 포함해 35명가량의 제작․편성 인력을 채용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YTN 웨더가 여성 기상캐스터를 개국 기념식 공연에 일종의 ‘눈요기’감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줬다는 데 있다. 같은 기상캐스터인데도 남자 기상캐스터는 공연에 나오지 않고 여자 기상캐스터들만 공연한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YTN 웨더 개국기념식 축하공연의 한 장면
 
계약직이라는 이들의 상황에 비춰볼 때 내부에서는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란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측이 여자 기상캐스터를 정식 업무 외의 일에 동원해도 계약직인 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YTN의 한 기자는 지난 15일 통화에서 “양복을 입은 권위적인 남성들 앞에서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참석자들이) 여성의 성적 매력을 파는 것을 감상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날 공연 자체가 “낯뜨겁다”는 반응도 있다. 동영상을 본 YTN의 한 카메라기자는 13일 “공연할 때 기상캐스터들이 입은 옷도 선정적이었고 보기에 좀 민망했다”고 지적했다.

축하공연을 했던 한 여자 기상캐스터는 15일 통화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내부 구성원들과 논의해서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그 뒤 연락이 없었고, 몇 차례 전화통화 시도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밖에 개국 기념식을 치르는데 소요된 비용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YTN은 이번 개국 기념식에 1억2000만원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13일 “인력 유출에 대해 회사가 임금 인상과 같은 인센티브도 고려하지 않는데 개국 기념식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도 트위터 상에서 운영하는 용가리통뼈뉴스에서 “YTN 웨더 여성 캐스터들, 총리·시장 앞에서 댄스쇼 남성 캐스터는 제외(동영상 남성은 배우)..내부 논란 ‘기상캐스터가 눈요기 감?’ ‘인력난 심각한데 행사에 1억2천이라니?’”라며 이번 개국행사를 힐난했다.

한정호 YTN 홍보팀장은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겠지만 사측은 (이번 공연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본인(기상캐스터)들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도 다 박수를 쳤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은 미디어코난이란 이름의 프리랜서PD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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