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묻혀져있었던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진행중인 ‘천안함 재판’을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와 군이 극구 공개를 거부해온 KNTDS(해군전술지휘체계)상의 항적기록, TOD 영상을 검증하고, 사고 당시 모든 승조원의 휴대폰 통화내역 등이 증거로 채택됐다. 이밖에도 미궁에 빠졌던 고 한주호 준위의 작업 실체와 ‘제3의 부표’ 존재여부, ‘최초 좌초’ 기록의 검증 및 최초 상황이 발생했던 2010년 3월 26일 9시15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할수 있는 무더기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천안함 침몰 원인의 실체와 정부와 군의 조작 은폐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도 재판과정에서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정한익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열린 천안함 침몰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보통신망법(허위사실 유포)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요 증거와 증인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측의 의견을 종합해 △지난해 3월 26일 (승조원들의) 휴대폰 통화내역 통신사 사실조회 △백령도 초병 진술서 일체 및 천안함 장병 진술서 일체 제출 △TOD 영상 검증 △KNTDS 영상검증 △어뢰설계도 CAD 파일 문서송부 촉탁 △천안함 현장검증 △백색물질(이른바 흡착물질) 검증 △천안함 정비내역 사실조회 △미국과 호주의 어뢰피격실험 동영상 검증 △해군 작전 상황도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렇게 채택된 증거는 법원이 제출 또는 검증한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도록 명령하게 된다.

   
천안함 함수.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보고서상 사진
 
특히 KNTDS와 TOD 영상의 경우 그동안 국방부가 갖은 이유를 대며 공개를 거부해왔던 것으로 천안함의 사고 당일 항적과 사고 전후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자료이다. 신상철 위원과 검찰은 조만간 2함대사령부 등에 직접 방문해 자료 일체를 검증할 전망이다.

또한 재판부는 눈에 띄는 증인을 무더기로 채택키로 해 주목된다. 14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검찰의 의견서를 보면 정부와 군이 사고원인을 은폐·조작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법원은 고 한주호 준위의 임무와 역할, 잠수지점, 제3의 침몰선 수색여부, 천안함 침몰원인 은폐여부를 가리기 위해 당시 최영순 한주호 준위 작업 해역 현장 지휘관 등을 채택했다. 특히 ‘의문의 제3의 부표’를 보도했던 황현택 KBS 기자와 KBS와 인터뷰했던 UDT 동지회원도 증인으로 결정됐다.

‘최초좌초’ 지점이 기재된 해군작전상황도와 관련해 해군이 ‘최초좌초 지점을 일러주고 좌초됐음을 설명했다’고 인터뷰했던 승조원 가족 박아무개씨와, 작전상황도에 최초좌초 지점을 직접 기재한 다른 승조원 가족 이아무개씨, 작전도 사진을 가장 먼저 촬영한 윤아무개 아시아경제 기자, KBS <추적 60분> PD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부와 군이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각이라고 발표했던 밤 9시22분 이전에 천안함이 후진기동했는지도 검증될 전망이다. 검찰의 의견서에 따르면, 증인으로 채택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롯해 당시 당직사관, 좌우현 견시병, 승조원 등을 상대로 검찰과 피고측은 천안함이 후진 기동 및 이초 여부를 신문한다. 사건 당일 밤 9시 22분 이전에 천안함이 후진했는지, 왜 했는지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면 또다른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밖에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당일 밤 9시16분 승조원과 비상상황 발생에 대해 통화를 한 승조원의 아버지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전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 이정국씨(증인채택)를 상대로 신문한다.

   
천안함 함미
이치열 기자 truth710@
 
물기둥이 아닌 백색섬광을, 사고지점과 전혀 다른 백령도 북서방향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했던 백령도 초병 박아무개와 김아무개씨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건발생시각이 당일 밤 9시15분이라고 발표했던 이병일 당시 해양경찰청 경비과장도 증인으로 채택돼 해군으로부터 어떤 상황전파와 요청을 받았는지를 증언할 전망이다.

또한 천안함 어뢰추진체에서 나온 백색물질(이른바 흡착물질) 및 실험결과의 조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와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천안함 절단면 등 선체 형태가 좌초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그동안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수많은 조작 및 은폐 의혹을 밝혀낸 노종면 전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검증위 책임연구위원도 증인이 됐다. 이들은 모두 증언대에 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철 전 합조단 민간위원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판부의 이번 증거 및 증인채택 결정에 대해 “우리가 요구했던 증인이 70~80명 되는데, 절반 수준이 채택돼 어느정도 충분히 됐다고 보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증인이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며 “이런 증인들이 등장한다면 상당부분 진실 규명에 접근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은 “특히 KNTDS 자료, TOD 영상, 휴대폰 통화내역, 천안함 정비내역 등 그동안 가려졌던 많은 주요 증거들이 법정으로 제출하거나 법원(검찰과 피고 포함)이 직접 검증하도록 결정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천안함 재판의 이 같은 주요 증인은 오는 8월 22일 1차 공판 때부터 법정에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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