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도는 우리나라 언론이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는 대표적 분야 가운데 하나다.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려면 먼저 언론의 쏟아지는 비난과 편견에 맞서 싸울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89년 3월 노동자 뉴스제작단(대표 김명준)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출발했다.

제작단은 열악한 제작조건 속에서도 노동자의 투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화면에 담아냈다.

제작단은 권력의 영향력에 포위된 방송사들의 TV화면이 보여주지 못한 진실을 전달하려 애썼다. 그 화면은 비디오테이프로 제작, 각 노조에 보급돼 조합원 교육용 교재로 쓰였다. 제작단이 89년부터 계속 제작하고 있는 ‘노동자 뉴스’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런데 제작단은 비디오 제작 외에 새로운 일을 한가지 더 하고 있다. 제작단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영상제작교육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가 영상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영상동아리를 만들거나 선전홍보 담당자들이 비디오 촬영기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어난 때문이다.

얼마전 제작단은 기아자동차 노조원 20여명과 2박3일간 합숙을 하며 대본구성, 촬영기술, 편집기술, TV바로보기 등 영상제작의 기초에 대해 교육을 했다. 자신들의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돼 어느 교육보다 열띤 참여 속에 이뤄졌다고 한다.

제작단은 전노협 교육 프로그램 중 선전홍보 담당자에 대한 영상교육을 실시했으며 최근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이런 내용으로 정기적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제작단이 발표한 다큐멘터리 ‘민주노총 87에서 95까지’와 ‘민주노총 속보 1,2’엔 이런 교육의 결실로 노조에서 자체 제작한 화면이 여러부분 들어 있다고 한다.

노동자 뉴스제작단의 이런 노력은 노동자들이 그동안 TV의 일방적 수용자였던 것에서 벗어나 그들 스스로가 새로운 대안매체를 적극 만들어가는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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