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찰청 사람들> 제작팀은 1백회를 맞아 좀 색다른 소재를 다루기로 했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지면서 범죄자들의 활동 영역 또한 국내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 한국 인터폴의 활약상을 처음으로 다뤄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제작팀은 서울 인터폴 사무소를 방문, 사건을 조사한 결과 세편의 주제를 골라냈다. 86년 사이판에서 벌어진 부동산 사기사건, 85년 일본에서 있었던 금괴밀수조직사건, 그리고 국내에서범행을 저지르고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사기꾼 이야기를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재는 외국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만만찮은 고민에 봉착했다. 보통 한회에 3천만원 정도의 제작비가 소요되는데 비해 이번에는 특집인 점을 감안, 1억원이 책정됐지만 그많은 스태프와 출연진이 3개국을 돌며 해외촬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궁리끝에 일본무대를 부산으로 대치키로 했다. 또 엑스트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든 스태프를 관광객, 해변가 피서객, 그리고 피해자로 출연시키는 고육책을 쓰기로 했다. 김영호 PD 자신도 큐 사인을 주고 직접 피해자 교민으로 출연했다.

억지로 예산에 맞춰 촬영준비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36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는 그래도 양반이었다. 하루에 서너차례씩 갑자기 내리는 열대성 소나기로 인해 몇번씩이나 촬영을 중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이판에서는 일몰때 노을이 멋있다는 해변의 노천카페를 섭외해 놓고도 계속 비가 내린데다 날씨도 흐려 출발하기 전날 저녁에야 간신히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해외로케는 속모르고 하는 말이라는게 제작진의 푸념이었다.

뜻밖에 교민들마저 촬영에 비협조적이어서 고생이 배가됐다. 교민회의 주축을 이루는 중소상인들이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송될 경우 사이판과 말레이시아의 이미지를 흐려놓아 관광이나 투자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제작에 협조를 해주지 않아 이중 삼중의 속앓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일본무대로 설정해 놓은 부산촬영도 NG의 연속. 일본어를 모르는 연기자들을 일본인으로 등장시켜 놓으니 발음도 어색하고 대사를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해서 촬영을 마치고 편집까지 끝내놓고 제작팀은 모두 녹초가 돼 버렸다. 다시는 특집을 맡고 싶지 않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흘러 나왔다. 그래도 어려운 여건속에서 1백회 특집을 만들어 낸데 따른 만족감은 적지않았다.

선정성과 폭력성 시비에 자주 휘말려 말도 많은 프로그램이지만 국제범죄의 실상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범죄를 줄이고 나아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 고생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위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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