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사건의 의외성이야 말로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표현을 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이 개를 무는 사건’이라도 기사가 되지 않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대우증권을 비롯한 일부 금융기관 사업장에서 회사의 직위를 남용, 민자당 정원식 서울시장 후보의 자원봉사 신청서를 대량으로 배포한데 대해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모든 언론이 아예 다루지 않거나 축소보도한 것이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 85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중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명백히 위법인 이 사건을 조합원의 정당한 참정권이 침해된 문제로 규정하고, 이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특별기자회견을 지난 21일 사무노련사무실에서 개최했다.

해당 노동조합 위원장의 어려운 결단에 부응하듯 고맙게도 기자회견은, 3개 TV 방송은 물론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 기자가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즉석에서 원고를 작성해 컴퓨터로 본사로 송고하는 기자들의 자세에서, 나는 우리들이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진실의 전파자’로서의 기자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눈이 빠지게 들여다 보았던 바보상자는 나를 배신하고야 말았다. MBC TV를 제외하곤 단 한 컷도, 단 한마디도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MBC도 사건에 대한 설명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믿었던 만큼 커진 분노와 실망감을 안고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는 더욱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기사를 출고했으나 데스크가 잘랐다. 이 문제로 마찰이 많았다.”

나는 이것이 해당 회사의 로비나, 더 나아가 보도가 나가면 선거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한 모처(?)에서 막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레 짐작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말만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겠다. ‘사람이 개를 물어도’ 묵묵부답하고 있는 ‘언론’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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