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올해 발생한 해병대 총기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군 수뇌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경우 사법적, 윤리적으로 책임을 진 군 수뇌부가 아무도 없었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군의 어뢰공격으로 격침됐다는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비(非)국민 취급할 정도로 천안함이 북한군의 공격에 의해 격침됐음을 확신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은 저항은커녕 적의 접근을 탐지하지도 못한 채 격침됐고 병사들 대부분이 전사했다. 이를 군사용어로는 참패(慘敗)라고 한다. 그런데도 해군참모총장 이하 책임지는 장성들이 없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따름이다. 해군 수뇌부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보복을 다짐하는 것으로써 면책이 된다고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병대 총기사건과 관련 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김영후 병무청장이 출석해 앉아 있다.
@CBS노컷뉴스
 
최근 해병대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도 해병대 사령관 이하 책임지는 장성이 없다. 애먼 소초장과 상황부사관이 구속되고, 사건을 일으킨 김 아무개 상병과 공모한 정 아무개 이병이 상관살해죄로 의율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정 아무개 이병에게 군이 상관살해죄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해병대가 귀신은 못 잡고 이병을 잡는다’는 댓글이 달릴 지경이다.

본디 대부분의 조직에서 상벌체계의 기본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이다. 장성이 병사에 비해서 책임과 권한이 비할 바 없이 큰 군(軍)에서는 하후상박의 원칙이 훨씬 무겁게 적용되는 것이 옳다. 김훈이 쓴 소설 「남한산성」에 보면 “위를 벌줌으로써 당겨서 끌어가고, 아래를 상줌으로써 기뻐서 따르게 하는 것이 군율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벌은 올라가서 장수에게까지 미치고, 상은 내려가서 마구간 목마병(牧馬兵)에게까지 닿아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저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면피(免避)와 책임전가에 급급한 대한민국 장성들이 귀담아 들어야 소리다.

군(軍)은 그 특성상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국가안보를 주된 사명으로 하며 피아식별이 가장 중요하고 상명하복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어떤 시대나 군은 항상 보수세력의 근간이었다. 군 특유의 문화는 군 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작용과 폐해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군대 문화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은 군이라는 조직이 단연 으뜸이며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이런 전통은 권장할 만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대한민국의 장성들이 그 예외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도, 해병대에서 병사들이 죽어나갈 때도 명예 때문에 사의(辭意)를 표명하는 장성은 없었다. 대한민국 장성들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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