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이 민주당 지원 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직전인 지난 5월31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이사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날 회동에 조선일보쪽에서는 방사장과 함께 유근일 논설실장과 하원 정치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모임은 지자제 선거 국면이라는 정치적으로 지극히 예민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 구도와 관련, 언론계와 정치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이사장과 방사장은 이날 회동에서 ‘지방자치제’에 대한 심도깊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장이 김이사장을 만난 것은 사장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모임과 관련 조선일보 관계자는 “김이사장이 민주당 지원유세에 나섬으로써 실질적인 정계복귀를 선언하기 직전에 조선의 핵심을 만나자고 제안한 부분에 주목했다”고 전하고 “서로 뜻을 달리하는 입장이라도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마련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사장은 원칙적으로 못만날 사람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하고 “항간의 추측과는 달리 조선일보와 김이사장이 과거 조선일보와 평민당 사태와 관련, 화해를 다지는 성격의 자리는 아니었던 걸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동채 아태재단 비서실장은 양쪽의 만남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그럴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회동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한편 안기부 한 관계자는 “조선측이 김이사장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현 정부가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현정부는 이들의 전격적인 회동이 지자제 선거결과 이후의 정국 구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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