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김아무개 상병이 부대 내에서 후배에게도 구타 가혹행위를 당하도록 허용된 ‘기수열외’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일 “김 상병을 상대로 문답조사한 결과 김 상병이 ‘너무 괴로워요. 죽고 싶어요.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해요’라고 자필 진술했다”고 밝혔다. 왕따시킨 게 누구냐고 물으니 김 상병은 “OOO 일병 주도로 후임병들이 선임병 대우를 안해줬다”고 진술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김 상병은 5월부터 기수열외가 됐으며, 후임병으로부터 팔을 꺾이는 등의 폭행을 당하고 폭언과 함께 교육까지 받아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확보한 김 상병의 메모에서도 J 이병의 기수열외를 언급하며 ‘너 죽여버리고 싶다’ 등의 내용이 발견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기사고를 보면 후임병들이 선임병을 공격하는 경향성을 띄고 있는데 이번 경우는 희생자 중에 후임병도 존재하고 있어서 저희 센터에서는 기수열외가 아닐까라고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5일밤 방송된 KBS <뉴스9>
 
이번 김 상병이 총기난사를 한 주된 요인으로 조사된 해병대의 ‘기수열외’에 대해 임 소장은 “해병대는 기수간의 서열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기수에서 열외가 된다는 것은 ‘해병대가 아니다’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며 “특히 후배의 (선배에게) 반발은 기본이고 욕설도 일삼는 등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 아예 유령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 사회에서”라고 말했다.

비단 사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사관’까지 기수열외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임 소장은 전했다.

임 소장은 기수열외를 두고 “일단 고참이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부대 내의 고유한 어떤 문화를 해친다든지 또는 구타가혹행위를 한다든지 불합리한 것들을 고치려고 들면 자기 사회 룰을 깬다고 판단해서 기수열외를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거론된 기수열외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임 소장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수열외에 대한 문화를 지휘부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했고 이 모든 것을 가해자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기수열외를 시켰기 때문에 이 문제를 두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책임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밤 방송된 KBS <뉴스9>
 
공범으로 J 이병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임 소장은 “헌병대 측에서 그 병사가 무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병사 한 명에게 공범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그렇다면 전 군에서 무기 관리하는 친구들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사관과 장교가 시건장치(잠굼 장치)를 관리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소장은 “무기 관리를 그런 친구(사병)들이 하다 보니까 근무 나간다고 해서 열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봐야 한다. 공범으로 보기에는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한편, 이런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임태훈 소장은 “구타, 가혹행위가 굉장히 만연해있는 해병대는 해마다 사망사건이 굉장히 비일비재한데, 이미 지난 3월에도 해병대 1사단에서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고 이것을 축소하려는 지도부의 움직임을 인권위가 지적한 바 있고, 해병대 6여단에서는 구타행위와 성추행이 있었다”며 “지난해에도 참모장에 의한 성폭력이 운전병에게 있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해마다, 달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 때문에 해병대 전반에 대해 “외부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병대에 대한 전반적인 인권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조사에 임할 것을 국방부에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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