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할거주의 등 낡은 정치질서 마감과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을 위한 시민정치운동을 벌여 나갈 것을 목표로 지난 6일 정치개혁 시민연합(가칭)이 출범했다. 시민연합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관련, <6.27선거와 정치개혁의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6·27선거과정의 특징과 과제/박재창 숙명여대 행정학 교수

6·27선거는 지방자치제도의 전면실시라는 의의와 함께 집권 민자당의 참패라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앞으로 정국운영과 총선 및 대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야당이 장악한 지역의 경우 야당의 주도하에 선거가 치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정치의 불안정성과 불예측성을 크게 증폭하리라 예상된다.

또한 이번 선거는 지역감정을 토대로 지역할거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된 형태로 드러났다. 광역, 기초의 구분없이 후보자를 지방색 하나로 평가, 표를 몰아준 것이다. 한편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극도로 심화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선거 직전의 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파가 무려 50%이상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초단체장의 경우 무소속이 23%나 당선됐다.


6·27이후 한국정치의 과제/안병영 연세대 행정학 교수

선거결과는 지역분할구도가 명료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3당은 한결같이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인물중심의 권위주의적 구조에 안주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개혁하기 위해선 정당체제의 구조변화가 요구되며 여기에 새로운 정치세력 등장의 당위성이 제기된다. 유권자중 50%가 무당파라는 설문조사를 비롯, 투표자들의 적지 않은 부분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기존 정당을 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이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혁정치세력이 성공하기 위해선 △개혁정치세력의 실용적 정책프로그램 마련과 국민에 대한 합리적 접근 △기존 정치권내의 개혁지향세력과 시민사회운동의 연대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의 지역분할구도에 대한 비판의식 등이 필요하다.


내각제 개헌론, 어떻게 볼 것인가/양건 한양대 법학과 교수

선거이후 내각제 개헌론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선 지역대립구도의 해결과 일인 권력집중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박정권이후 정략적으로 조작된 지역분할정치는 지역패권주의를 양산했다. 지역분할구도로 인한 폐해는 한국정치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한편 지역대립의 정치구도를 인정한다해도 내각제가 그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라는 데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정치사에서 타협적 정치문화의 가능성이 적다는 점 △기동성 있는 정치체제를 요구하는 현 남북한 대결구조의 상존 △도덕성과 전문성 부족이 지적되는 현 국회의원의 자질 수준등은 내각제 성공의 제약 요인이다. 결국 지역분할정치는 극복의 대상이지 주어진 조건이 아닌 만큼 이를 고착시키는 내각제는 배격돼야 한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선대 김홍명교수(정치학)는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등 기존 야권세력을 선택했던 점 또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중앙일보의 유승삼 논설위원 역시 “무당파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무리한 것”이라며 내각제에 대해서도 “소수정당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서울대 임현진교수(사회학)는 “새 정치세력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의 현실가능성은 좀 더 연구해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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