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세’인 가수 임재범과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인 진중권씨(문화평론가)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진중권씨는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임씨가 최근 단독 공연에서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하는 복장과 동작 등으로 퍼포먼스를 펼친 데 대해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미학적 비평의 대상”이라며 “그냥 몰취향이라고 하면 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재범씨 소속사 측은 이와 관련해 '나치 찬양' 논란까지 일자, 임씨가 공연에서 ‘노 히틀러’, ‘히틀러 이스 데드’, ‘하일 프리덤’을 외쳤다며 “나치 찬양이 아니라 로커로서 자유에 대한 갈망의 표시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진중권씨는 그러나 “그런 촌스런 도덕적 변명을 내세워가면서까지 굳이 그런 짓을 하고 싶어하는 그 미감이 후진 것”이라며 “자기들이야 뭐 대단히 새로운 수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20년 쯤에 잠깐 유행하던 거, 촌스러울 정도로 소심하게 리바이벌한 것에 불과하다”고 재차 비판을 가했다. 진씨는 나아가 “임재범의 복장과 연기는 전체주의 미학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임재범씨가 지난 5월 9일 방영된 MBC <나는 가수다>에서 남진의 '빈잔'을 부르고 있다.
 
문화비평가로 활동하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는 이러한 논란과 관련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평소 ‘집단적 광기’나 파시즘적 분위기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퍼부어왔던 진중권씨가 임재범씨의 최근 행보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MBC <나는 가수다>에서 비쳤던 임씨의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모습, 힘을 찬양하는 모습 등을 ‘전체주의’, ‘나치즘’과 연결시켜 매우 불편해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임재범씨는 지난 19일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 한국 대 요르단 전에서 ‘애국가’까지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진중권씨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과거 “독일에서 네오나치 락 밴드의 공연 영상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면서 “그 폭력성과 야수성, 공연장의 집단적 에너지, 아주 살벌하게 인상적이었다. 옆에 있다가는 맞아 죽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임재범씨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임씨의 공연에서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언급으로 보인다.

이택광 교수는 이와 관련 “진중권씨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 사태’ 때 보듯이 ‘집단적 광기’ 같은 것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진씨는 임씨의 나치 복장과 애국가 열창 등을 자신에 대한 집단적 숭배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임재범씨가 전체주의자라거나 파시스트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이택광 교수의 분석대로 “과거 록에 대한 향수나 록의 저항성에 대한 흉내와 모방”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특히 임재범씨가 <나는 가수다>에서 편곡해 불렀던 남진의 <빈잔>은 여러모로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를 연상시켰는데, 핑크 플로이드는 지난 1979년 발표한 앨범 <더 월>(The Wall) 공연 등에서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나치 퍼포먼스’를 여러 차례 펼친 바 있다.

문제는 임씨의 퍼포먼스가 “너무 촌스러웠다”는 사실이다. 이택광 교수는 “록의 저항성을 말하려면 뭔가 ‘맥락’과 ‘배경’이 있어야 하는데, 임재범씨의 이번 나치 복장은 누구를 풍자한 것이고 비판한 것인지 알 수 없어 생뚱맞을 수밖에 없었다”며 “뭔가 대중에게 ‘강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이 단지 과거 트렌드를 따라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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