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치 기사의 변화를 해석하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며 실제로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나 간부들의 반응이 그렇다. 특히 변화의 지점이 정치적으로 지극히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의 객관성이 확보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사실 관계의 확인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문제와 노동문제 보도에서 보여주는 조선의 변치 않는 모습과 비교해볼 때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 역시 이같은 일관성 속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선거후 민자·민주·자민련이 모두 범보수 세력의 확보가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보장해 줄 핵심적인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보수세력의 중심에 서서 그것을 대표해 왔던 조선의 변화는 과거와의 ‘달라짐’이라기 보단 미래에 대한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일자 조선의 사설은 주목할 만하다.

조선은 사설을 통해 김대중 신당의 함의를 ‘민주당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보수적인 요소와 제휴하여 보다 넓은 발판을 마련하는 시도’로 규정해주고 있다.

이어 이같은 김대중 이사장의 ‘전국적이면서 이념적으로 폭넓은 틀’을 짜고자 하는 시도가 민주당의 내분 요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자만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충고와 함께 ‘품위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할일을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명백한 모순과 변절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임에도 조선은 김이사장의 선택에 전혀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 김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선거유세에 결합하던 시점인 6월 12일과 16일 사이 보여준 논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분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의미부여를 최대한 자제한 채 ‘김대중씨 지원유세 시작’(6월12일자 2면머릿기사) ‘김대중씨 첫유세 공방’(6월16일자 1면)식으로 제목과 기사를 내보냈다. 김이사장을 다루는 기사방식도 무게가 실린 스트레이트성 보다는 동정전달식 박스형 기사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김이사장에 대한 보도 태도와 대비되는 김영삼 대통령 관련 보도는 상당히 날카롭다. 지난 2일자 김대중 주필이 김대통령의 시국인식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칼럼을 내보냈으며 선거결과에 대한 정부의 ‘빗나간’ 평가가 알려지고 삼풍백화점 참사가 터진 직후부턴 거의 매일 정부여당을 질타하는 강도높은 사설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을 했나’(4일자), ‘민자당 그정도로 될까’(5일자)에 이어 지난 6일에는 급기야 ‘청와대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의 정국운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선의 변화를 바라보는 상당수의 언론인들은 조선이 이데올로기적 보수성향이라는 큰 골격은 유지한채 정치적 선택의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는 “조선이 큰 틀을 벗어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면서 “장사가 잘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 신문사의 정치부장은 “지자체 선거전에 선거정국 이후에 대한 자체분석을 마쳤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면서 “이 ‘보고서’의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차기 대권과 관련 특정인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논조가 조율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측에선 “정치관련 보도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원칙을 지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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