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참사 관련 방송보도

대형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29일 초호화 백화점이 무너져 내려 천4백여명이 그 아래 깔려 숨지거나 다쳤다. 그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민이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제는 ‘이 대형 참사가 누구의 책임인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부실시공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만 빠져나온 회사 관계자들은 온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의 실체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 처리는 여기서 그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국민은 묻고 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그럼에도 국민을 대변해야 할 방송에서 이런 질문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지난 수년동안 평균 3개월에 1번씩 대형참사가 이어지고 그때마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 했다. 지난해 10월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이런 약속도 이젠 모두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약속들이 말로만 이뤄졌을 뿐 이를 실행할 적절한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 결과는 삼풍백화점 참사로 이어졌다.

이렇게 대형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은 방송을 비롯한 언론도 함께 져야 한다. 방송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남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가기 경쟁을 벌였다. 구조작업에 지장을 준다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보도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사고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장황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 시점이 지나고 나면 이런 참사와 예방책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사고가 나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 버리는 정부의 행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고의 책임을 지고 구속됐던 사람들은 슬그머니 갖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석방됐다.

그 많은 구속자중에서 지금까지 갇혀 있는 사람은 겨우 1명뿐이라고 한다. 이러니 만연된 공무원의 부정이 줄어들 리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에서도 공무원의 부정은 빠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기대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방송은 삼풍사고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미국 뉴스위크지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인용보도했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국의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외국 언론도 잘못이지만 이것이 기회라도 되듯 중요뉴스로 취급하는 한국의 방송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삼풍백화점 붕괴가 이번 정권들어 처음 일어나는 사고라면 이런 논리도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에 한 번씩 셀 수도 없게 터지는 대형 참사속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믿었던 국민들에게 준 피해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언론이 이런 책무를 방기 한다면 이제 정부로 쏠렸던 비난의 초점이 언론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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