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에서 공개한 문건을 입수했다. A4용지 7쪽짜리 ‘민주당 연석회의 발언록’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23일 민주당 비공개회의 내용이 거의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으로 기록돼 있었다.”

동아일보가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문제의 문건 입수 사실을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것은 그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이라고 설명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의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사건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도청’ 의혹을 제기하면서 KBS 수신료를 둘러싼 지난 23일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한선교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처음에 한선교 의원 쪽은 민주당 쪽에서 나온 메모를 정리한 내용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설명처럼 문제의 문건은 메모 수준이 아니라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이라는 게 주목할 대목이다.

속기사가 장비를 이용해 기록하지 않는 이상 회의 내용을 토씨도 틀리지 않게 옮겨 적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아일보는 “(문건에는) 구어체 회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누군가 회의 내용을 그대로 녹취해 풀어 썼거나 최소한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메모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의 회의 내용을 한나라당 쪽에 전한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그것이 핵심 관심사이다.

   
국민일보 6월 27일자 사설.
 
상대 정당 비공개 회의 내용을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한선교 의원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줄 당사자이다. 한선교 의원은 “이번 사안은 민주당 내부로부터 유출되어 시작된 사안”이라면서 도청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27일자 <한선교 의원, 발언록 입수 경위 밝혀라>라는 사설에서 "한 의원의 행위가 경솔할 뿐만 아니라 의회정치를 첩보 활동으로 타락시킨 것은 분명하다"면서 "민주당에 '도청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야당 대표실이 도청을 당했다면 정권이 뒤집힐 일"이라면서 "(한나라당은) 발언록을 입수한 경위를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것이 설혹 어렵더라도 최소한 도청의 결과가 아니라는 확신은 국민과 수사진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7일자 사설에서 "경찰은 예단(豫斷)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 2004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실에서 도청장치로 추정되는 녹음기가 발견돼 논란이 됐지만 한 지방언론사 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 적도 있다. 취재 목적으로 도청을 했더라도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취재윤리에 위배된다. 특히 이를 다른 당에 흘린 행위는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6월 27일자 4면.
 
‘도청’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이야기, 회의의 내용, 전화 통화 따위를 몰래 엿듣거나 녹음하는 일’을 의미한다. 민주당 비공개 회의 참석자 쪽에서 한나라당 의원에게 회의내용을 전하지 않고 제3자가 그 행위를 했다면 그것은 도청행위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제3자는 누구일까.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한다면 결과에 따라 정국이 뒤집어질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청행위가 이뤄졌다면 누구 어떤 이유로 그런 행위를 했고, 왜 KBS 수신료를 둘러싼 야당의 비밀회의 내용을 한나라당 쪽에 전달했을까.

그는 누구일까. 한선교 의원은 내부고발자 보호 위해 입수경위를 밝히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동아일보는 이를 기사 제목으로도 뽑았다. 이번 사안이 내부고발일까. 민주당의 무슨 비리에 대한 내용을 전한 것도 아니고 ‘KBS 수신료’ 전략마련을 위한 비공개 회의 내용을 상대 정당에 넘긴 행위를 내부고발로 봐야 할까.

범죄를 내부고발로 물타기 하는 행위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한선교 의원은 “이것은 틀림없는 녹취록”이라고 주장했고, 해당 문건을 입수한 동아일보는 “녹음파일을 풀어놓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표실에서 누군가가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면 그 행위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는 왜 ‘KBS 수신료’를 둘러싼 민주당 비공개 전략회의 내용을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한나라당 쪽에 넘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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