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조국은 무엇인가. 언론 3단체가 남북문제 보도준칙을 마련하며 부딪친 고민중의 하나는 남과 북의 국호 문제였다.

두루 알다시피 언론노련은 기자협회 및 프로듀서연합회와 더불어 분단 50주년의 7·4공동성명 기념일을 맞아 남북언론인회담을 제의했다.

물론 남과 북의 언론인들이 조건없이 가슴을 열고 만나려면, 지금까지 남쪽의 언론보도가 반통일적이었다는 반성과 통일언론으로 부활하겠다는 결의를 담아야 했다. 바로 그 뉘우침과 거듭나려는 의지의 표현이 같은 날 발표한 ‘보도준칙’이다.

준칙(안)이 발표되자 남과 북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줄여서 한국과 조선으로 표기하자는 총강 1항이 ‘화제’가 되고있다.더러는 ‘75년 동아사태’이래의 언론사적 사건이라며 ‘감동’을 전해오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누구 좋으라고 그런짓을 하는가”라며 언론계 누구라면 모두 알만한 ‘고위인사’의 ‘우국충정’도 접할 수 있었다.

꼭 1년전 김일성주석의 부음 앞에서 조문소동과 주사파소동을 앞다퉈 벌였던 언론계 고위간부들의 ‘집단히스테리’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김주석을 ‘테러수괴’쯤으로 여겨왔던 미국대통령마저 애도를 전한 그 순간, 정작 정상회담을 약속했던 우리의 ‘문민대통령’은 무엇을 했던가. 우리 언론은 또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그리고 그후 남북관계는 얼마나 얼어붙었던가.

물론 한국과 조선의 호칭은 일부의 우려대로 분단고착의 위험성도 있을지 모른다. 더구나 동독과 서독은 ‘도이칠란트’라는 공통의 국호가 있지않았던가.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조국의 이름에서마저 공통의 분모조차 없다는 그 냉엄한 분단의 인식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북쪽을 조선이라 부르자는 의견이 누구 좋으라는 제안이냐고 칼을 세워 묻는다면 분명히 말할 수있다.

바로 남과 북 모두에 좋은 일 아닌가. 도대체 갈라진 현실을 무시한 채 참으로 통일이 가능한가.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통일은 무력 아니면 흡수통일일 수 밖에 없다. 열린 마음이 아쉬운 까닭이다. 꼭꼭 닫은 가슴을 열고 겸허하게 진실을 받아들이자. 그 누구에게도 조국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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