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시민사회 단체 회원에 가입한 적도 없는 사무직 회사원인 송모씨(42). 그는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 달 12일부터 컴퓨터로 본인의 트위터에, 이달 22일부터는 본인의 페이스북, 블로그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그가 한 일은 '@2MB18nomA'라는 계정을 만든 것뿐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문제 삼아 접속 차단을 했고, 동일 아이디를 사용하는 페이스북, 블로그도 잇따라 차단했다. 그는 방통심의위에 이의신청, 시정요구효력정지신청을 냈지만, 방통심의위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다"며 유사 아이디까지 총 25개 계정의 접속을 차단하기로 지난 20일 결정했다. SNS 계정을 문제 삼아 접속을 차단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지난 22일 점심에 서울 종로구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남색 양복에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온 그는 어디를 봐도 선뜻 '운동권'으로 분류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도 역시 "시민사회 단체 회원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고 평범한 트위터 이용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를 직접 방청하며 본인의 이의신청이 처리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송씨. 그는 "방통심의위는 검열만 하는 조직 같았고, 이의신청을 기각한 방통심의위원들의 자질은 수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본인 계정을 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부적절한데, 심의 과정 역시 적절한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송씨 트위터 팔로워 수가 수일 만에 수천 명이 늘어나고, 유사 아이디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방통심의위 결정의 문제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는 대통령에게 욕설하는 듯한 유사 트위터 아이디를 묶어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공동으로 제기하는 "욕설 특공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접속 차단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SNS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송모씨가 "욕설 특공대"를 조직하는 'SNS 투사'로 변하게 된 사정을 들어봤다.

   
▲ 스마트폰으로 2MB18nomA 트위터 계정에 접속한 모습. 방통심의위가 트위터 계정을 차단한 이후 오히려 수일 만에 팔로워 수가 수천 명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의 실명 및 사진 공개는 사양했다.
 
- 인터넷 게시글이 아닌 개인의 인터넷 계정이 욕설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차단이 확정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난 달 12일부터 컴퓨터로 트위터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오늘 출근해서 보니 '2MB18nomA'가 포함된 페이스북과 블로그 접속도 안 된다. 불법 유해 사이트라는 메시지 창이 뜰 뿐이다. 방통심의위가 트위터 계정의 접속 차단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트위터와 연동된 블로그도 차단되고, 방통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적힌 트위터와 같은 계정의 페이스북도 차단된 것 같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계정을 접속 차단을 할 때 사전 경고 조치도, 사후 통보 조치도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 2MB18nomA 트위터 계정은 어떻게 개설하게 됐나.

"작년 6월6일에 트위터 아이디를 개설했다. 당시 정부의 행태가 한심하거나 분노를 자아낼 만한 것들이 많았다. 기분이 참 안 좋은 때였다. 영문 대소문자, 숫자, 기호로 트위터 아이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누군가를 욕설하고 있던 찰나에 아이디 '2MB18nomA'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트위터 아이디 개설에 제한이 없었던 때였다. 이후에도 정부 기관에서 아이디를 바꾸라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차단이 된 것이다."

- 접속 차단이 된 계기는 누군가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4월27일 재보궐 선거 당시 '투표합시다'라는 트위터 글을 트위터 친구들에게 전달(RT)했다. SBS는 28일 '8뉴스'에서 트위터의 위력을 소개하면서 내 아이디와 게시물을 노출했다. 이후 5월9일 제2기 방통심의위가 출범했고, 다음 날 누군가 방통심의위에 내 트위터 계정과 SBS 보도를 신고했다. 누군가 신고 접수를 했다는 걸 방통심의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것이다. 5월 13일에는 통신심의 소위가 예정돼 있었는데 하루 전날인 12일에 긴박하고 중요한 이유가 있다며 성매매 사이트 심의와 함께 내 트위터 계정을 갑작스럽게 심의했다. 여권의 유력 인사나 핵심층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향후 정보 공개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되짚어 볼 것이다."

- 트위터 계정이 접속 차단당한 것은 어떻게 알게 됐나.

"트위터 친구들이 '웹에서 내 트위터에 접속할 수가 없다'고 알려왔다. 지난 5월12일 접속 차단된 이후 한 트위터 친구 분이 '내 트위터에 접속하면 이상한 불법 유해 사이트라고 뜬다'고 알려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트위터에 접속하는데 는 지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 분이 접속 차단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컴퓨터로 웹을 통한 접속이 차단돼 있었고, '누군가가 나와 이야기하거나 접촉하고 싶을 때 차단이 되는 것은 심각한 정보 차단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 그동안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해 본 적 있나?

"평범한 회사원이다. 시민사회 단체 회원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고 평범한 트위터 이용자다."

-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지 않았나.

"트위터 이용자들이 행정, 민사소송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게 많았다. 그러던 찰나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인권센터 활동가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방통심의위에 이의신청을 할 때 법적 자문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분들은 내 개정이 차단당한 것이 혼자 짊어질 문제가 아닌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관계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혼자 싸우려고 하다가 이분들이 도와 주신다고 해서 힘이 났다. 같이 대응하자고 의사를 타진했고, 방통심의위에 이의 신청을 용기를 갖고 했다."

   
▲ 2MB18nomA 트위터 계정에 컴퓨터를 통한 웹으로 접속할 경우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 창이 뜬다.
 
- 하지만 이의신청도 기각 당했다. 방통심의위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에 대한 차단을 풀지 않았다.

"당시 회의를 방청했다. 회의장에 가서 방청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재미났던 것은 박만 위원장이 내 트위터 아이디 '2MB18nomA'를 거론할 때 '이엠비 열여덟 엔오엠에이'라고 읽은 것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18'을 '일팔', '십팔', '열여덟' 이렇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위원장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사실 제 아이디는 기호와 상징이다. 박만 위원장도 '열여덟'이라고 읽었으면서 내 아이디를 과도한 욕설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박경신 위원은 '경찰청이나 청와대나 대통령 본인도 문제 삼지 않았는데 방통심의위가 차단하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설사 내 아이디가 과도한 욕설이라고 하더라도 트위터 아이디가 심의 대상은 아니다. 게시물이 아니라 트위터 아이디를 문제 삼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서 이런 아이디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날 방통심의위 회의에서 박경신, 장낙인 위원이 '트위터 아이디 자체가 심의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부터 토론하자'고 했는데, 박만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 당시 박만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하면서 “토론을 벌일 시간이 없다”,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당사자가 소송을 하면 될 일”라고 밝혔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안이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심히 우려된다. 이의신청서에서 밝혔듯이, 트위터 계정 같은 전자 정보는 통신심의 소위에서 심의-의결을 해야 하는데 상임위원회에서 표결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것이자, 방통위 설치법 규칙을 어긴 것이다. 박만 위원장과 권혁부 부위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소송을 걸면 누가 피곤하겠나. 소송 걸라고 하는 것은 소송 당사자를 피곤하게 하려는 비열한 태도다. 다각도로 이번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응하도록 하겠다."

- 처음으로 직접 심의를 방청했는데, 심의 과정에서 더 느낀 점이 있나.

"방청 전에는 방통심의위원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아 사회적으로 지위, 학식이 높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직접 가서 심의 과정을 보니 이분들 자질이 제가 보기에는 수준 이하였다. 방통심의위는 검열만 하는 조직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례로, 당시 방송 심의도 함께 했는데 방송에 대한 건전한 문화를 함양하도록 조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방송을 찍어 누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박경신 위원 등 야당 위원들이 토론을 하자고 하며 문제 제기를 해도 과반수 이상인 여당 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트위터 같은 SNS에 대한 심의와 올드 미디어에 대한 심의가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준은 자의적인 부분이 있다.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서 심의한다고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 트위터 게시물이 아니라 트위터 아이디를 심의 대상으로 삼고, 현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접속 차단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SNS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신호탄이라고 본다."

- 오히려 이번 논란으로 '2MB18nomA’는 유명 트위터리안이 됐다.

"접속 차단 조치 이후 유명세 타서 수일 만에 트위터 팔로워가 3000~4000명이 늘었다. 인위적으로 늘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급증하는 팔로워들에 일일이 맞팔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오히려 유사 아이디가 속출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을 차단한 방통심의위에 고마운 부분도 있는 셈이다. 또 트위터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명박이를까는토속신앙모임'(명까교)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명까교'를 알리는데 더 도움이 됐다. '명까교'는 별도의 조직이 있거나 오프라임 모임이 있는 곳은 아니다. 정치, 종교, 언론, 검찰 등에서 보이는 '부당한 권력', '불의', 현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안의 '이명박스러움'을 '까는' 트위터 모임이다. "

   
▲ SBS '8뉴스'는 지난 4월28일 3번째 리포트<분당 중산층 등 돌렸다…여당 표심 변한 이유는?>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트위터 열풍을 소개하면서, 2MB18nomA 트위터를 소개했다. 이후 누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SBS 보도와 2MB18nomA에 대한 심의 신청 민원을 지난 5월10일 넣었고 방통심의위는 지난 5월12일에 2MB18nomA 트위터 계정을 차단 조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SBS '8뉴스'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2MB18nomA 트위터를 소개한 장면을 볼 수 없다. ⓒSBS
 
- 향후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여러 단체와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일단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욕설 특공대'를 조직하려고 한다. 트위터 계정이 차단된 이후 이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는 듯한 유사 아이디가 속출하고 있다. 이 유사 아이디를 묶어서 공동으로 방통심의위에 민원 제기를 할 생각이다. 이른바 '10만 욕설 아이디' 양병을 목표로 '10만 욕설 아이디 운동본부'도 만들 생각이다. 방통심의위가 이 아이디를 어떻게 심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 농성, 시위, 집회 같은 방식이 아닌 이런 방법으로 대처하는 이유는?

"트위터 계정이 차단된 것을 보고 분노하고 이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모여서 집회, 시위를 하는 것은 어렵다. 또 행정 기관이 온라인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짓밟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경우, 온라인 공간 내에서 자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 방통심의위가 개인에 대한 침해 행위를 하는 것에 분명히 싸워야 할 일이다. 억울한 만큼 방통심의위에 되돌려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 욕설을 연상하게 하는 계정을 또 만들 것인가?

"욕설을 연상하게 하는 아이디가 지금 셀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조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이같은 아이디가 속출하는 것은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과거 MBC <지붕뚫고하이킥>의 '빵구똥구' 대사를 심의해 논란을 빚었던 것처럼, 지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건 방통심의위가 자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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