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정계개편에 대한 보도는 아직은 추측과 전망 일색이다. 가닥을 잡지 못한채 이리저리 찔러보는 ‘탐색기’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시각에 있어서는 정치보도의 전형적 문제점인 각 정당과 정파의 ‘속셈읽기’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언론 나름의 독자적 시각이나 방향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주요관심일뿐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데는 인색하다.

현 정치구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상당수의 국민들이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고 또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으나 향후 정계개편에 이것이 어떻게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이는 지난 6일 발족한 ‘정치개혁 시민연합 준비위원회’ 발기인 모임에 대한 푸대접에서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가십성 기사 내지 단신처리하는데 그쳤다. 물론 이들의 현실정치 역량이 정치권에 바람을 몰고 올 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변화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어느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신처리는 너무했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이러한 정치집단이 왜 생겨났고 그것이 앞으로 정국에 어떤 정도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분석은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계개편에 대한 언론보도는 철저하게 ‘힘’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단 정계개편은 필연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힘이 있는’ 3김씨가 정국 주도권 장악 내지 대권획득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정계개편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야의 소외그룹인 민자당 민정계와 이기택·이부영씨등의 움직임이 간간이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이부영씨의 제휴 가능성, 민정계 의원들의 대거 탈당 내지 자민련으로의 흡수,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따른 신당창당과 각계인사 영입작업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들이 그려지고 있다. 내각제 등 권력구조의 향방에 대한 점치기도 요란하다. 심지어 대구경북당(TK당) 창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것이다”는 뚜렷한 흐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의 흐름이 대단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정계개편에 대한 기사중에 국민들이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것은 국민들의 흥미거리는 될 지언정 국민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보스를 따라 움직이는 구시대적 ‘줄서기’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 염증조차 내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여전히 ‘동교동당’이 만들어지면 누구는 가고 누구는 남고 하는 식의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변화의 객체일뿐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최근의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아니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있다. 또 이미 6·27 지자제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런 목소리는 언론보도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끔 사설이나 칼럼의 ‘액세서리’ 정도로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치개혁이라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을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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