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발생한지 만 하루가 다돼가던 지난 6월 30일 오후 3시경.

일본 카메라 기자인 야쓰이 도오루씨는 한국기자들과 함께 현장취재를 하던중 경찰통제선 안에서 한 사람이 패스포트를 흔들며 “여기 일본 사람없습니까”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도오루씨와 동행한 한국인 가이드는 혹시 일본인 피해자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해서 “여기 있습니다”하고 응답했다.

그러자 건장한 청년 둘이 나타나 다짜고짜 도오루기자의 카메라를 뺐으려 했다. 도오루기자는 일단 영문을 물어 볼 새도 없이 카메라를 뺐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러나 결국 카메라는 목이 구부러져 전혀 쓸 수 없는 무용지물로 변했고 도오루기자는 이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영문을 모른채 폭행을 당한 도오루기자는 사법연수원 수위실내 경찰 지휘본부에 항의하러 갔을 때도 곤란을 겪어야 했다. 도오루기자를 폭행한 사람들이 지휘본부까지 따라와 “지난번 성수대교 붕괴사건 때도 일본언론이 우리나라의 부실공사를 악의적으로 과장했다”고 따져 혼이 났다는 것이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이날 일본기자에 대한 폭행은 일본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삼풍참사때도 일본언론들이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우리 언론에 의해 지적되기도 했다. 때문에 힘들게 구조작업을 하던 구조요원들의 눈에는 일본언론의 취재행위가 ‘남의 초상집에 와서 불을 지르는 행위’로 비춰졌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감정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취재기자를 폭행한 것은 지나치게 ‘소아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일본언론의 지적이 비아냥에 가깝다 하더라도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태도는 그같은 비아냥을 불러온 부실공사에 대한 통감이어야 했다.

속된 표현으로 ‘두고보자’는 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어쨌건 일본은 이 사건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시킬 조짐이다. 참사의 아픔속에서 돌출적으로 튀어나온 민족감정은 우리에게 아픔의 갈래가 무척 많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