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자체 선거의 결과는 골목대장식으로 정국운영을 해 온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6월27일 치러진 지자체 선거에서 광주 북구청장 민주당 후보로 출마, 당선된 전 한겨레신문 김태홍(53세)이사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현정부로부터 멀어진 국민’의 준엄한 평가로 보고있다.

“국민들은 덕이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옹졸한 정국운영으로 스스로 무덤을 팠습니다” 그가 매기는 김영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점수는 아주 짜다.

그는 김대통령이 지역할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모순되게 그동안의 정책을 보면 오히려 지역편가르기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는 광주일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기자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합동통신과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거쳐 80년 한국기자협회 회장직을 맡았다. 그해 포고령 위반으로 첫 옥살이를 시작했다. 그 이후 87년 <말>지의 보도 지침 사건으로 두번째 감옥에 들어간다.

투사적 언론인으로 반평생을 살아왔던 그가 현실 정치인으로 ‘전직’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광주를 사랑하는 광주사람이 광주를 위해 일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라는 짧지만 분명한 대답은 광주 예찬론으로 이어진다.

“광주는 세계사적으로도 위대한 도시입니다. 광주가 위대하다는 것은 몇몇 운동권 인사들이 위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정신과 이를 실천해온 족적이 위대하다는 뜻입니다”

김청장은 그러나 “그동안 광주시민들은 그들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스스로 분노를 삭여오는 게 전부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잠재된 시민 역량을 모아 광주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소시키기 위해 “광주의 일꾼으로 자처”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3년동안 광주의 ‘관문’으로 잘 알려진 북구청을 이끌어가게 된다.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29일 그가 맨처음 찾은 곳은 망월동 5.18묘역. 다른 민주당 소속 당선자들과 함께 ‘광주의 영령’들에게 가장 먼저 당선 ‘신고’를 하러 간 것이다.

“과거 중앙에서 임명된 관료들은 망월동을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광주정신을 인정하는 게 관료사회에서 운신하기에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제 시민들의 지향을 쫓는게 내가 할 일이고 이를 상징하는 의식이 망월동 묘역 참배였습니다”고 설명한다.

구청장으로서의 그가 해나가고자 하는 일은 다분히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 그는 광주 북구를 “형제애에 기초한 지역공동체를 실현키 위한 첫 실험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그들을 하나로 묶어세울 수 있는 정신적인 연대의 끈을 만든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구민 누구도 의식주문제에 고통을 받지않게 하고 관혼상제까지도 상호부조로 해결해 나가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게 김청장의 꿈이다.

“그동안 나 자신의 삶이 그렇게 공허한게 아니었다고 봅니다. 반독재 투쟁을 해 오면서도 그만큼 현실속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김청장이 구상하고 있는 ‘공동체운동’은 공허한 공염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그의 마지막 인생목표라고 한다.

그는 “살아온 과정에서 가장 큰 사업을 한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말하면서 “지금 가볍게 흥분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오면서 ‘투쟁’쪽을 선택했다. 그외에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80년 해직기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독재 권력에 대응할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군사정권의 매서운 칼날에 언론이 자신들의 펜을 꺾고 있던 85년, 그는 해직기자들이 중심이 돼 창간한 <말>지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85년부터 87년까지 <말>지의 발행인으로 있었다. 당시 억압된 언론 상황에서 ‘싸우는 대항언론’의 중심에 있었던 그는 87년 ‘보도지침’ 폭로사건으로 두번째 투옥됐다.

두번째 옥고를 치른 그는 87년 시민 항쟁을 밑거름으로 탄생된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했다. 나이 쉬흔을 넘어서 뒤늦게 ‘전직’한 그의 변신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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