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의 재난보도 방식은 우리보다 훨씬 체계화돼 있다. 또한 보도 내용이나 방향도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1월17일 발생한 고베지진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보도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특히 재난보도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들의 보도내용은 지나치게 차분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국영방송 NHK가 보여준 지진보도는 이같은 언론의 재해보도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NHK는 지진 발생이후 유족들이 통곡하는 모습과 같은 자극적인 화면은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물론 처참한 사망자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이같은 대형 참사에도 불구, 시민들이 ‘질서’를 잃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부각하는데 상당히 신경을 써 보도를 했다. 지진지역의 참상을 전달하는 방법도 주로 부서진 고속도로, 타오르는 화염, 무너진 건물 등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사상자 집계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 이외에는 전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 언론처럼 ‘본사집계’를 내세워 속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또 지역 주민들의 안부를 확인해주는 ‘안부 방송’이 재난 보도의 17~18%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일본언론의 이같은 태도는 우리언론이 ‘생과 사’라는 극단적인 대립구도 속에서 재난보도를 이끌어가는 것과 차이가 크다. 특히 재난을 ‘드라마틱’한 구조속에서 ‘휴머니즘’을 소재로 보도하는 우리언론과는 크게 다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의 대부분의 방송사는 ‘재해대책기본법’이라는 법령에 따라 ‘지정공공기관’으로 포괄돼 있다. 언론사가 아예 국가적인 재난을 함께 극복해야할 의무를 가진 주체로 설정이 돼 있는 것이다. 이법에 따라 방송사들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에게 위급한 상황을 우선 알리고 재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할 의무를 지게 된다.

각 방송사마다 ‘재해대책총합위원회’를 설치, 매년 한차례씩 가상훈련을 하기도 한다. 방송사가 재난시에는 ‘보도기관’임과 동시에 행정관청과 한몸이 돼 재해극복에 나서는 ‘방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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