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7시 동아일보 사회부 이성주기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현장에 도착했다. 22일간의 장기간 지방출장에서 돌아온지 불과 3-4시간만의 일이다.

이기자는 지방자치단체선거 특별취재반으로 지난달 8일 강원도로 내려갔고 전날까지 선거상황실과 각 정당을 돌며 개표상황을 철야로 취재한 후 29일 오후3시께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방선거로 인한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곧바로 삼풍백화점 사고현장 취재에 들어갔다. 사고가 난 후 3일 월요판이 쉬는 관계로 1일 저녁 잠시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뿐이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취재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사정은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YTN사회부의 송경철기자는 선거취재로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사고현장에 투입됐다. 종일보도를 해야하는 YTN의 특성때문에 송기자는 30일 오후 2시간 동안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이다. SBS 사회부 김승필기자도 29일 오후7시 현장에 도착한 후 다음날 5시30분 정규편성에 들어가기 전까지 22시간 이상을 생방송했다.

4대지방선거 취재가 끝나고 막 한숨을 돌리려는 사이에 엄청난 대형사고가 터지자 취재기자들은 그야말로 초주검 상태에서 취재에 임했다. 사건, 사고에 사회부 기자들이 주로 동원됐지만 이번 삼풍백화점 참사에는 정치부, 경제부 등 부서를 가릴 것 없이 총동원됐다. 기자들 뿐 아니라 방송사 중계요원들도 연일 ‘코피 터지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은 사치중의 사치다. 먹는건 자원봉사자들이 주는 김밥, 라면, 음료로 해결한다. 잠자리는 차량이나 주로 노상이다. 그나마 눈붙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는 사고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호강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피곤한 몸을 더 지치게 만드는 현장의 먼지와 유해가스로 인해 쉽게 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기자들의 극성 취재가 구조작업을 하는데 피해가 된다는 주위의 불평에 마음이 무거워 지기도 한다. 연합통신 노호동기자는 “경찰과 구조팀이 지나치게 기자들을 경계하기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들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취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데스크의 불호령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리고 정확히 ‘알려야’하는 직업적인 본능이 피로에 지친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철야취재속에서 이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어쩌면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제대로 알리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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