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한해 방송연설과 광고가 허용된 이번 지방선거는 결국 가진자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비싼 방송연설비용과 광고비용으로 정당후보자나 돈 많은 후보자만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뿐 돈없는 후보자는 이용할 엄두를 못냈기 때문이다.

통합선거법은 광역자치단체장 출마 후보에 대해 방송연설을 TV, 라디오 각각 1회씩 허용하고 있다. 또 광역의회 의원 후보를 낸 정당은 비례대표로 나온 후보중 한사람이 TV와 라디오에 각각 1회씩 정당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할 수 있게 했다. 광고의 경우에는 TV와 라디오에 각각 3회씩 방송광고를 할수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신문에도 한 후보자가 12회에 한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후보의 경우 TV와 라디오 연설 각 1회, TV와 라디오 광고를 각 3회씩 이용했다. 조후보와 함께 이른바 빅 3로 불렸던 정원식 후보나 박찬종 후보도 이와 비슷한 정도로 방송연설과 광고를 이용했다.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들도 이와 비슷한 방송연설 광고 이용량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정당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후보에 그칠뿐이다. 돈없는 후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바로 방송연설과 광고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방송연설이나 광고를 한차례도 이용하지 못한 후보가 9명이나 됐다. 서울지역의 경우 빅 3를 제외하고는 황산성 후보가 TV 방송연설을 1회 이용했을 뿐 다른 후보들은 전혀 방송연설이나 광고를 이용하지 않았다. 결국 후보자간의 균등한 유세기회는 허용되지 않은 셈이다.

그이유는 바로 엄청난 연설비용과 광고비용에 있다. TV연설을 위해 후보자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MBC의 경우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자가 10분간 연설하는데 6천만원. 부가세를 포함할 경우 모두 6천 6백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SBS도 마찬가지다. KBS는 5천3백81만4천원을 받았다. 방송연설 비용은 유효투표수의 10%를 득표할 경우 선관위가 사후 지급한다. TV광고 비용은 MBC를 기준으로 볼 때 한회(1분)당 1천 3백만원. 라디오는 연설과 광고에 각각 1천 3백만원과 3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쉽사리 엄두를 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광고의 경우엔 엄청난 제작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광주시장으로 출마한 두 후보는 아예 방송광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모두 12회까지 광고를 할 수 있는 신문광고의 경우 선거광고는 의견광고로 간주돼 일반 광고보다 훨씬 비싼 광고료를 내야한다. 조선·동아 등이 5단 광고 1회에 5천만원 이상 받는 것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신문이 광고비를 2천 5백만원 안팎으로 책정했다.

황산성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선거공영제는 정당에게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선거공영과는 거리가 멀고 결국 국민의 혈세를 정당이 나눠먹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연설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후보자에게 부담을 주지않는 연설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영방송이 일정시간을 후보자의 선거유세에 할애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진정한 선거공영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계에선 이와관련, 내년 총선 등에선 공영방송의 균등기회 제공이 또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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