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제주지역내 제주신문과 한라일보의 대결양상은 우리신문의 정치적 밀착성과 여기에서 비롯된 여론조작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들 신문사간 경쟁의 정점은 제주신문이 민자당 우근민후보의 유세현장 사진을 조작, 우후보의 유세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처럼 보도한 것. 제주신문은 선거당일 1면 머리에 유세장면을 담은 사진을 실으면서 ‘지난 23일 종합경기장에서 열렸던 민자당 우근민 지사후보의 연설회때 운동장을 가득메운 수만의 인파…인파’라는 다소 감상적인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곧 조작된 사진임이 밝혀졌고 이 때문에 한라일보의 집중포화를 맞은 제주신문은 다음날 사과 사고를 냈다. 하지만 사고의 내용은 사과라기보다는 해명으로 일관돼 있다. 제주신문은 사고에서 “이번 지방선거 보도와 관련 일부 기사들이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걷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이를 사과한다”고 전제했지만 문제의 사진이 전산개발부에서 사진제작과정에 판단착오로 잘못 제작됐다고 석연찮은 해명을 했다.

제주신문이 이처럼 사진을 조작하게 된 배경은 한라일보가 26일자 1면 머리 기사에서 무소속 신구범 후보의 탑동유세때 제주 선거사상 최대인파가 모였다는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낸데 따른 것. 그러나 전부터 이미 양사간의 경쟁이 격해지면서 그런 징후는 노골화 되고 있었다.

제주신문은 6월 22일자 1면 머리에서 도지사 후보 여성편력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민주당 제주도 선거대책위원회 정경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빌어 신구범 후보에 대한 여성편력 문제를 들춘 것이다. 기사에서는 모후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S후보측 해명’이라는 표현을 통해 문제의 후보가 신후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24일자에서는 우근민후보의 유세를 보도하면서 민자당 김덕룡후보의 지원유세를 빌어 “우후보가 인품과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고 우후보가 당선돼야 많은 국고지원이 가능하다”는 발언을 인용했고, 26일자에선 민자당 양정규, 현경대, 변정일의원의 인터뷰 형식으로 신구범후보가 제주지사 재직시 제주대 의대 신설을 반대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또 제주신문은 문제의 사진을 게재한 27일자에서 민자당 우근민 후보가 선두에 나섰으며 신후보의 초반바람이 표로 연결될지 미지수라는 제목으로 우후보를 우회지지했다.

한라일보도 맞바람을 놓았다. 한라일보는 6월16일자에 ‘정당소속 이점 어불성설’이라는 제목을 통해 간접지원의 포문을 열었다. 22일자에는 ‘특정후보 겨냥한 흑색선전물 과연 누가 만드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신후보의 여성편력을 겨냥한 민자, 민주당의 공세를 막고 나섰다. 또 26일자에는 ‘막판 무소속바람 강타’라는 제목으로 신후보의 탑동개인연설회를 1면 머리로 집중보도하면서 선거사상 유례없는 인파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두신문의 보도태도는 이미 언론의 기능을 넘어서서 후보자들의 선거대책본부가 발행하는 기관지나 유인물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때문에 지역발전에 앞장서야 할 지역신문이 오히려 향후 지자체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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