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연이은 대형 참사에 사람들은 할말을 잊고 있다. 육해공에서 입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고 앞에서 사람들은 ‘다음은 어디냐’며 우려하고 있다.

우리 환경운동연합은 지금까지의 대형사고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는 곳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곳은 핵발전소다.

지난 해 9월 9일 원자력위원회는 영광 3호기의 운전을 허가했다. 이 영광 3호기는 초기계약과정에서부터 시운전과정까지 수많은 비리와 부실시공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 5공 당시 전두환·경환 형제에 대한 로비를 통해 영광 3호기를 수주한 컴버스쳔 엔지니어링사는 1백만Kw급 핵발전소를 한번도 건설해 본 적이 없는 기업이었다.

영광 3호기는 이 회사의 1백30만Kw 핵발전소 부품에 1백만Kw 원자로를 연결시킨 짜깁기 핵발전소다. 이것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동된 바 없으며 미국핵규제위원회(NRC)에서도 안전성 보증을 거부해 대만과 이집트에선 입찰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주요설비를 공급한 외국기업이나 토목공사를 맡은 국내기업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동원된 로비가 이뤄졌으며 이는 설비상의 문제점과 부실시공 문제로 이어졌다. 실제로 서전트앤드 디런사가 공급한 디젤발전기는 정상운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설비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결국 영광 3호기는 정부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사용전 검사’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밝혀져 지난해 8월 1일로 예정됐던 가동이 계속 미뤄져왔다. 영광 3호기의 비상시 전원공급을 담당할 디젤발전기는 진동이 심해 주제어실 및 전기기기실까지 진동이 전달돼 도저히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고까지 했다. 이 디젤발전기의 진동방지를 위한 재시공에만도 총1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영광 3호기는 9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 몇년간 수없이 되풀이 된 ‘만일의 사태’에 비상용 발전기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이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예비발전기 1대를 써서라도 핵연료장전을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과기처는 결국 이런 위험한 가동을 승인하고 만 것이다.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 다까기 진자부로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영광에서 사고가 나면 서울까지 수십년 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변하며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성수대교 참사를 낳은 기업인 동아건설이 세운 울진 핵발전소, 치명적 결함이 발견된 증기발생기를 장착한 고리 핵발전소와 중국지진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시추공 하나 뚫어보지 않고 결정된 굴업도 핵폐기장 등 핵산업에 대한 안전심사 및 규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백화점 사고보다 수백배, 수천배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한반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핵산업에 대해 비밀행정과 졸속행정으로 일관해 왔다.

이제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조순 서울시장은 부임하기 전부터 벌써 대형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현명하고 단호한 국민안전위주의 정책의지로 가공할 위험을 안고 있는 핵발전소의 건설과정과 핵폐기장 부지선정 문제를 전면 재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같은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핵발전소의 안전과 관련해 우리 언론들이 항시적으로 감시하는 태도를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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