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역감정이 대단하더구만. 선거결과를 보니까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세패로 쫙 갈라졌대….”

“무슨 소리야 이 사람아, 자네는 신문이랑 테레비에서 하는 소리만 듣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중요한 건 현정권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그만큼 높았다는거고 다만 그런 민의가 지역색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난 것 뿐일세.”

“어허, 그러니까 내용은 민자당 참패고 그것이 지역 감정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얘긴데. 그게그거 아닌가.”

성수대교에 이어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던 그날 저녁 신문로 선술집에서 귀동냥한 논쟁이다.언론들은 정부와 집권당으로부터 민심이 이반된 원인과 그에 따른 국정 방향의 재검토 필요성을 본격 제기하기보다는 지역 할거와 세김씨의 새로운 싸움을 점치는데 골몰하는 것 같다. 국내 언론보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외신들까지도 선거 결과를 비슷한 논조로 분석해대고 있다. 이따금 ‘한표’로 표시할 수밖에 없는 민의는 안중에 없다는 식인가.언론부터가 그런 식이다보니 이번 선거로 심판받은 집권세력이 강력하게 표출된 국민의 의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 생긴다.

“집권층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그사람들 해온 걸 보면 또 무슨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소위 국면 전환의 선수들이니까.”

실제 깜짝쇼를 예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만큼 깜짝쇼 스타일의 국정 운용에 이골이 난 것이다. 그런 예상이 빗나가 그야말로 겸허한 자세로 국정 전반을 정돈하는 정부와 집권당의 모습을 기대할 만할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