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필자가 4대 지방선거운동 기간중 KBS 뉴스라인을 모니터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준 보도내용과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송을 모니터했다고 해도 그결과는 이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우리방송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매카시즘과 김대중 물고 늘어지기를 들 수 있다. KBS는 ‘한국통신노동자들이 성당과 사찰에 들어간 것은 북한이 조종한 것’이라는 서강대 박홍총장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또 김대중 이사장의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 대한 민자당의 비난에 대해 적극적인 해설이나 분석없이 정쟁양상으로만 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언론플레이를 여과없이 보도한 것도 지적돼야 한다. KBS는 선거기간 동안 한국통신 사태를 철저하게 은폐했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한국통신 사태를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던 기도가 그 의도를 벗어나서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보도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통신 노조위원장의 분규해결 의지라는 소식이 단신으로 처리된 것은 방송이 이미 한통사태의 본질을 희석시켰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또한 이 기간동안에 정부정책 발표가 급증했다. 노인복지대책, 교육예산추가, 저소득층 지원 강조, 고용보험제 실시, 대통령 농어촌 후계인력 강조, 농어촌 활성화 방안, 사법제도 개혁안 발표, 중소기업 살리기, 쌀 대외경쟁력 살리기, 택시 운영제도 개선, 사북지역 관광개발, 농어촌 지역 주택조합 결성 가능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방송은 이를 아무런 비판 없이 충실하게 보도했다.

부정적인 선거이미지 부각도 두드러졌다. 여당은 살림꾼, 야당은 정치꾼이라는 보도방향은 야당이 대거 행정인을 추천함으로써 중단됐지만 이러한 보도태도는 선거기간 내내 계속됐다.

또한 ‘바람몰이’ ‘몰아찍기’ ‘기대했던 바람 일지 않는다’ 등 선거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됐고 ‘주말 대회전 썰렁’ ‘시민들의 무관심’ 등 선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보도가 자주 등장했다.

또 선거가 끝난뒤에도 선거결과를 지역주의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도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다음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번 선거보도에 있어서 지방방송의 역할이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도 지역방송의 역할이 기대되는 선거이다.

하지만 선거보도가 정당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지역별로 후보자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주는 보도내용이 없었다. 이에따라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한 별다른 정보없이 선거에 임해야 하는 것이 지역의 실정이었다.

방송은 누가 과연 지역주의의 볼모인가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방송은 모든 유세보도를 지역주의라는 틀안에서 보도해 놓고도 선거결과가 지역적인 정당간의 우열로 나타나자 책임을 유권자에게 돌렸다.

지역주의는 오직 유권자만의 책임인지, 이나라에서는 방송만 현명하고 유권자는 감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역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현상을 이 틀안에서만 보려고 하는 방송부터 먼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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