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독재자(이승만)와 친일파(백선엽)를 미화할 우려가 큰 특집 다큐멘터리를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 방송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반발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KBS 새노조는 31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른바 ‘백선엽 특집’의 제작 및 방송 중단을 촉구했으나 KBS 사측은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재호 KBS 새노조 공방위 보도부문 간사는 3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백선엽씨에 대해 “그는 간도특설대 대원으로 항일운동가 170여 명을 살해한 민족에 대한 범죄자”라며 “백선엽은 단죄받을 사람이지 조명받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승만과 함께 대한민국 건국 프레임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들의 작업”이라며 “6.25 전쟁 당시 백선엽 사단장이었던 1사단이 가장 먼저 궤멸됐지만 낙동강 전투만 포장돼온 것 역시 같은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백씨가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정권에 적극 협조해 승승장구했음에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역사적 책임을 물은 일도 없다고 성 간사는 비판했다.

윤성도 공방위 TV제작부문 간사도 “도대체 이런 인물을 KBS가 왜 조명하려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KBS 이사도 “이승만은 4.19 저항을 통해 하와이로 도망간 것이 역사이며, 백선엽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이 이제와서 이를 왜 다시 뒤집으려 하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오는 6월 23일과 24일 각각 ‘전쟁이 군인을 만든다’(1부)와 ‘군인의 조건’(2부)을 방송한다는 계획에 따라 최근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취재까지 다녀왔다. 주된 내용은 한국전쟁 당시의 각종 전투와 당시 사단장이었던 백선엽씨의 역할을 통해 6.25 전쟁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이라고 제작진은 전했다. 다시 말해 백씨의 친일행적이나 쿠데타정권시 행적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최재호 KBS 춘천총국 편성제작국장은 “백선엽 장군이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특집 내용의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라며 ‘친일행적과 박정희 쿠데타 동조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친일행적을 넣을지 말지 회의중이지만 안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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