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어영문학)가 최근 가수 옥주현씨의 1등으로 더욱더 논란의 중심에 선 MBC <나는 가수다>를 사회적 화두인 ‘정의’와 MBC의 ‘야심’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글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5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우선 “나가수 중간평가에서 ‘원조 아이돌 그룹’ 출신 옥주현이 1등을 먹으면서 이 프로그램을 십대 아이돌 문화와 대립시켜 ‘나가수=정의’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패닉에 빠지게 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심지어 제작진과 청중평가단의 '수준'을 원색적으로 거론하는 인터넷 댓글까지도 많이 확인되는데, 이는 나가수를 십대 아이돌문화 또는 문화산업의 이윤축적과 분리된 ‘공정한 경쟁시스템’으로 파악하고자 했던 인식에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를 ‘평정’한 임재범씨의 경우는 ‘정의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임재범 신드롬은 최근 한국 사회의 ‘정의’에 대한 공감과 무관하지 않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제대로 대접 받는 세상’과 정의로운 사회를 동격에 놓는 윤리가 여기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임재범이라는 개인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우한 사연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실력 있는 가수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던 세상의 불의를 증명하는 본보기로 표상”됐던 셈이다.

   
5월 29일 방영된 MBC <나는 가수다>에서 1위를 차지한 가수 옥주현씨.
 
하지만 옥주현 1위의 경우는,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정의’로 받아들였던 많은 이에게 ‘자신의 바람에 대한 배반’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교수는 그래서 옥주현의 1위가 잘못됐다거나, 임재범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거나, 정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택광 교수는 그보다 “제작진이 옥주현을 ‘투입’한 이유”를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나가수 자체를 '가요계'의 판도를 주도하는 규칙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며 “이른바 십대 아이돌 문화로 대변되는 연예기획사 중심의 가요계 판도에서 다시 주도권을 지상파 방송이 찾아오겠다는 야심만만한 기획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즉, 옥주현이 등장하고, 당당히 중간평가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이제 나가수는 이른바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가창력’을 인정받으려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입학시험’처럼 되었다. 따라서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아이유나 소녀시대가 나가수에 나와서 ‘가창력 테스트’를 받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이와 관련한 풍문들이 인터넷을 떠돌았던 것은 제작진의 숨은 의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나가수가 진정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 뜻대로 흘러가서, 다시 말해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정의’가 실현된다고 해도, “그 열매는 인디밴드나 방송 제작자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가수에 열광하면서 ‘감동’을 갈구하는 대중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그 열매의 수혜자들은 당연히 지상파 방송국과 유통업체들, 그리고 나가수의 시험을 통과한 가수들 정도”일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결국 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더이상 이 프로그램을 ‘낭만적’으로 보는 우리의 모습은 위험하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랄 필요도, 바랄 수도 없다. 수혜자들의 전략을 알고도 공모할 사람은 많지 않을 테고, 모르는 상태에서 ‘기만’ 당하는 상황은 더욱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이택광 교수는 어차피 ‘대중의 공감을 이윤 획득의 기본으로 설정한 프로그램’이라면, 그 성격에 걸맞은 나가수의 변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승자든 패자든 나가수에 나온 모든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 대중콘서트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의 좀 더 적극적인 시청자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이유를 “대중은 나가수에서 ‘노래’를 듣고 싶어 하지, 성적표 나눠주는 ‘꼰대’가 보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