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담화문은 6월 29일 발표예정이었으나 삼풍백화점붕괴로 취소됐다. 편집자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지역살림을 이끌어갈 일꾼들이 마침내 국민여러분의 손에 의해 뽑혔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5·16군사쿠데타로 중단됐던 지방자치를 우리는 34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으로 되찾았습니다. 저는 저의 임기중에 지방자치를 전면 부활시킨 데 대해 무한한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우리는 또한 선거풍토의 개혁에도 큰 진전을 이룩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집권여당이 선거법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과거와 같은 관권선거, 금권선거 시비는 사라졌습니다.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향한 우리의 ‘변화와 개혁’이 값진 승리를 이뤄낸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성취를 거두기까지 국민여러분이 보내주신 관심과 협조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선거의 준비와 관리 그리고 투개표 업무에 불철주야 헌신해온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치하를 드립니다. 아울러 선거기간 동안 치안유지에 만전을 기해준 전국의 경찰관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 6·27선거가 불행히도 적지않은 문제들을 남겼다는 점도 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품수수와 인신공격, 흑색선전 등 고질적인 병폐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법을 위반한 사람은 당락과 여야,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부정선거, 타락선거라는 말이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이번 선거는 내 고장의 살림을 맡길 지역일꾼을 뽑은, 문자그대로 지역선거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참뜻이 중앙정치에 의해 오염되고 훼손되는 사태를 목격했습니다. 더욱이 통탄스러운 일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긴 사실입니다. 처절한 무한경쟁의 세계속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도 부족한 터에 나라를 지역으로 가르고 대립케 하는 낡은 정치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먼저 지역감정의 정치를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의 과제는 지방자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합니다. 당선자 여러분은 오직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한 봉사에 총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정부와 자치단체간의 조화와 협력, 그리고 전국의 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운영에 충실히 반영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개혁’을 더욱 힘차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역할거주의를 청산함으로써 우리 정치를 근원적으로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으뜸가는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역할거주의를 극복하는데는 세대교체외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세대교체는 이미 국민의 절대 다수가 소망하고 지지하는 국민적 합의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에 따라 다음의 대통령은 반드시 차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의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우리모두가 선거를 통해 표출했던 서로간의 차이를 떠나 참다운 하나가 됩시다. 화합으로 우리모두의 꿈을 펼쳐 나갑시다. 그리하여 1995년의 지방자치 전면실시가 선진과 민주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굳건한 초석이 되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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