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932년 일제 총독부의 눈치를 보느라 태극기 사진을 말소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미디어오늘> 신문자본연구팀이 최근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역이었던 이길용기자(당시 체육부)의 수기를 입수함으로써 밝혀냈다.

이 수기는 1948년에 발간된 기자용 전문잡지 <신문기자수첩>(모던출판사 펴냄)에 실려있던 것으로 일장기 말소사건에 대해 이기자가 자신의 심경을 밝힌 유일한 글로 알려져 있다. 이기자는 6·25동란중 피랍됐다.

‘소위 일장기 말살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수기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1932년 미국 로스엔젤리스올림픽 당시 교민환영회 사진을 게재하려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사진좌우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 두 국기를 모두 지웠다는 것이다. 수기는 “태극기를 그대로 실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태극기만 지우자니 경무국도서과에서 눈치를 챌 것 같고 해서 미국기까지 모두 지워 인물본위의 사진을 실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기자는 이와함께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장면사진중 손기정선수의 가슴에 새겨져 있던 일장기를 말소한 사건에 대해선 “누구 하나의 과실도 아니요 또 착오도 아니다. 물의를 자아내려는 의도도 아니다. 비판도 평론도 제멋대로지만 인사받기도 심히 괴로웠다”고 기술, 일장기 말소사건이 개인의 우국적 충정에서 비롯된 극히 우발적인 사건임을 밝히고 있다.

이기자는 이 사건과 관련 회사쪽에 의해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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