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드라마라는 매체는 지상파의 전유물이었다. 제일 많은 인력이 소모되는 장르이기도 하고, 그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작가료 등 과도한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케이블 채널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과 다름없었다. 또한 케이블 채널이라는 이유로 연기자들이 출연을 꺼려하는 산업적 한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CJ E&M을 필두로 케이블 채널들의 자체제작 붐이 일어나면서 케이블 채널들의 자체제작 리스트에서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드라마를 포함, 지상파가 과점하고 있는 방송시장에서 케이블 자체 제작 컨텐츠는 CJ의 <슈퍼스타K> 시리즈를 제외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성공한 케이블 컨텐츠들을 살펴보면 그 특징이 명확하다. 바로 ‘지상파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 케이블 컨텐츠가 성공하려면 바로 그 차별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야 한다.
슈퍼스타 K로 보는 케이블 컨텐츠 성공 조건 "지상파에 없는 것 보여줘야"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상파에서 고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선덕여왕>이나 <근초고왕> 같은 '에픽‘(Epic)형 사극, 막장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일일극 혹은 가족극이란 범주에서 지상파와 대등하게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채널에서만 볼 수 있다.”라는 소재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지상파와 다름을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 그것이든 소재이든, 캐릭터이든 말이다.
E채널 드라마 '빅히트' | ||
KBS 드라마 '드림하이' | ||
착한 성장 드라마 '드림하이'vs현실의 외부적 위협 주목하는 '빅히트'
황좌수와 함께 “음악이 그 자체로 말을 거는” 이상을 꿈꿨지만 황좌수가 몰락하고 성공을 위해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변해버린 구본걸은 <빅히트>가 <드림하이>와 다른 가장 큰 이유이다. 노래를 하게 해달라 찾아온 김산에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안되는 것”이라며 김산의 소년원 출신을 언급하는 구본걸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아무리 음악성이 뛰어나다 해도, 상품으로서 자리하게 되는 아이돌에게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대중의 판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이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에서 알 수 있듯 시청자/관객들은 음악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가수) 자체를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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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채널 드라마 '빅히트' | ||
<빅히트>가 택한 전략은 소재는 익숙하게, 하지만 표현과 그를 위한 디테일은 현실적으로라는 방법이다. 지상파 드라마는 ‘꿈’이라는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서 ‘착’하다. 이후 구본걸의 과거와 현재 성공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통해 보여질 연예계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드라마적 봉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빅히트>가 구본걸을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줄 ‘과정’은 이런 의미에서 충분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