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시국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 예정이었다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으로 발표되지 못한 6·27선거 관련 김대통령의 시국관련 담화문 내용과 관련, 그동안 김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일부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돌아섰다.

민자당과 정부 당국 내부에서도 담화내용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화문 전문 3면

이날 발표예정이었던 담화문은 잇단 대형 사고와 정국 운영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으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담화문은 “이번 선거가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겼다”면서 “지역감정의 극복을 위해선 세대교체 밖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 선거결과를 호도했다.

김대통령은 또 “선거법을 위반한 사람은 당락과 여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지역할거주의’ 청산을 향후 정치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시국관은 6·27선거로 드러난 민심과 정면으로 배치돼 그의 독단적인 정국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부 기자는 “정치인 김영삼의 시국관이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세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대통령의 시국관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현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보고 있는 청와대 내부 인사들의 목소리가 전혀 전달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청와대의 경직된 분위기를 지적했다. 김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에 담긴 시국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당정의 견해를 수렴한뒤 조만간 새로운 내용이 담긴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6월29일 오전 MBC가 녹화해 놓은 특별 좌담은 방송예정시간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6시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직후 청와대측의 요구에 따라 방송이 유보됐으며 신문들도 인쇄 직전에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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