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0)씨는 수도권 한 신문사의 주재기자다. 그가 이 신문사로 옮긴 건 1997년이다.

첫 부임지인 OO시와 그 다음 부임지인 △△시에서도 그의 전임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사법 처리됐다. 이후 자리한 □□시에서도 그의 전임자는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자진사퇴했다. 그는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다른 문제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아니, 전임자들도 어쩌면 이 문제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문제라는 것은 바로 광고 영업과 ‘지대’ 납부였다. 보통의 주재기자가 아침에 주재지역 사무실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다른 신문의 광고란부터 훑는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해당지역의 광고가 타 신문에 게재되면, 면피성이든 경위서 형식이든 본사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가 게재되면 수수료조로 광고비의 10∼25% 정도를 주재기자가 본사로부터 받는다. 하지만 광고주가 부도가 나 광고비가 입금이 안 되면, 그 광고비가 결손처리 되지 않고 주재기자가 떠안는 게 보통이다. 본사에서는 애초부터 연간단위로 광고매출 목표액을 잡아놓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신문사는 지역별로 1년간 각 시군에서 이뤄질 사업승인 건에 기초한 분양계획을 파악해 매출계획을 잡는다. 주재기자는 사업승인이 나기도 전에 시행사와 허가관청을 드나들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부탁받고 그 대가나 대가에 상응하는 약속을 받으면 후일 불미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광고 영업뿐만이 아니다. 본사는 유가부수의 2배 이상을 할당해 내려 보내고, 그 ‘지대(신문 값)’를 주재기자더러 내게 하는 것이다.

매월 광고 매출을 올려 거기서 발생한 수수료를 가지고 ‘지대’를 본사에 보내고, 사무실 임대료와 통신비 등 지사 운영비를 내는 구조이기에 가능한 수식이다. 하지만 할당받은 광고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광고 수수료도 받지 못하고, 지대는 지대대로 쌓여만 가고, 사무실 운영비도 마련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더해 본사에서는 각종 문화 사업을 한답시고 주재기자들에게 티켓판매를 종용한다. 출입처에 강권해 티켓을 팔다가 더 팔지 못하면 자기 돈으로 1000만원 안팎의 티켓판매고를 올려야 한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이 역시 고스란히 미수로 잡힌다. 이 상황에서 주재기자가 이권사업에 개입 않거나 못한다면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각종 대출을 받고, 지인들에게 손 벌리는 길밖에 남지 않게 된다.

A 기자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러 부임지를 돌며 업무실적을 올려왔지만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지대’ 미수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대기발령에 이어 지난 3월 면직 조치됐다. 그는 17일 현재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회사 쪽과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는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다수 지역신문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해묵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신문의 미래도 요원하다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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