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대한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하며 "광주시민 학살은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반대 청원서'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는 1980년 5월 시민학살을 주도한 전두환 신군부에 대해서도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역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석구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본부 대표(변호사)는 13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구성된 자유북한군인연합의 증언에 따르면 그 당시 광주에 약 600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들이)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로 왔다는 악성루머를 퍼트려서 남남갈등을 조장하거나 사망자 수를 터무니없이 과장”했고 “불과 4시간 만에 38개 무기고를 털었는데 이는 간첩이 미리 조사한 첩보를 바탕으로 북한 특수부대로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순진한 광주시민들로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북한 특수부대 600명 광주 침투 주장에 대해 손석희 교수가 “600명이나 되는 북한 특수부대가 한국에 있었다는 것이 가능하나”고 질문하자, 서 대표는 “북한에 광주전투사망자 영웅묘지가 여러 군데 있고, 실제로 영웅으로 어버이수령 훈장을 받은 사람이 62명이 된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있는 공수부대원들.
 

서 대표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의 이같은 증언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김대중 정부 탓으로 돌렸다.

서 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이들의 귀순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김대중 친북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오자 ‘그 따위 소리를 하느냐, 쥐도 새도 없이 죽는 수가 있다. 입 밖에 끄집어내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또 이들의 탈북 사실과 신분이 모두 철저하게 감춰진 이유도 '김대중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600명 가량의 군인들이 남한에 침투하는 것이 가능하나'는 손석희 교수의 거듭된 질문에  “가능하다”며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 특수부대는 큰 배로 서해에 와서 다시 작은 배로 나눠 탔고, 돌아갈 때는 산을 통해서 낮에는 잠복하고 밤에만 움직여서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광주전투사망자 영웅묘지가 있는 것으로 봐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군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손 교수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당시 군 당국이나 정부 책임자를 먼저 처벌해야 되지 않느냐"고 묻자 “천안함, 연평도 테러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대남공작 실상을 먼저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서 대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과 관련해 "(이에) 동의한 육군본부, 정부기록보존소, 법원행정처, 주미대사관도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며 국가기관도 결국 북한의 대남공작에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1980년 당시 광주시민을 학살한 이유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도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에 대한 학살이 북한군 특수부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서대표와 이 단체의 주장은 광주 시민 학살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정면 부인하는 것이다.  

이 보수단체의 주장에 대해 12일 서대표의 발언을 들은  택시기사 김 모씨는 “그러면 그 당시 정부당국과 군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냐”며 “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대표와 이 단체가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데 대해 "우리나라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자유북한군인연합에 대해 북한의 대남공작을 실현하기 위해 언제든지 침투가 가능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로 구성돼 있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서석구 대표 등 일부 보수 인사들과 자유북한군인연합은 5·18기록물을 유네시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사업을 광주시와  5·18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이 특수부대원을 보내 광주시민들을 학살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반대 운동을 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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