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 지방신문 기자들의 이례적인 성명발표는 6공말기 이후 고착돼 온 청와대 취재관행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지방지 기자들의 집단행동을 촉발시킨 사건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김영삼 대통령 미국순방 동행취재단을 현재 구성된 풀(Pool:공동취재)기자단으로만 꾸리겠다는 청와대측의 일방적인 통고였다. 풀기자단이 중앙언론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니 지방지 19개사 기자는 공식취재단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지 기자들의 반발을 예견한 청와대측은 지방지 기자 2명을 자체 선정해 주면 공식취재단에 합류시켜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지방기자실은 지난3월 유럽순방 때에도 수행 가능한 모든 지방기자가 합류했던 전례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나아가 지자체 선거에서 참패한 김대통령이 지방지기자들을 의식적으로 홀대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뿌리는 청와대 풀기자단의 구성과 운영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청와대 풀기자단은 중앙기자실 소속 9개 일간지 기자와 4개 TV방송 기자, 연합통신 기자 CBS 기자, 영자지 2개사 기자로 구성돼 있다. 지방지 기자 19명과 경제지 기자, 불교방송, 평화방송 기자 등은 풀기자단에서 배제돼 있다. 청와대내의 공식 일정에 대한 취재는 이들 풀기자단에 의해서 이뤄져 왔다. 해외순방 취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기자들은 우선 6공시절에 짜여진 이간은 불합리한 풀기자제가 문민정부를 자처하는 현정권에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데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지방기자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 청와대측은 “중앙언론 기자들과 지방언론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논의해서 해결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태도다. 중앙기자들은 오는 9월15일까지 풀기자단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조정의 폭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상태는 아니지만 일부 경제지와 지방기자들에게 문을 여는 쪽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부 분석이다. 일부 중앙기자들은 몇몇 지방기자들의 자질을 거론하면서 이들의 풀기자단 합류에 상당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기도 한다.

청와대내 춘추관에 방하나만 내줬을 뿐 ‘악세사리’에 불과하다는 지방지기자들의 항변이 어떻게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청와대, 중앙지, 지방지 기자3자가 효율적으로 풀어야 만 할 사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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