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신문의 연예인 스캔들 보도 과열 경쟁은 신문의 공공성을 압도하는 판매논리의 결과일 뿐 아니라 최소한의 취재윤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신문의 연예인 스캔들 보도 경쟁은 가판구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스포츠지 간의 경쟁에서 비롯된다. 스포츠신문 관계자들에 따르면 톱스타들의 스캔들이 보도될 경우 가판 판매부수가 적게는 수천부에서 많게는 수만부까지 늘어난다. 이때문에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들은 항상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공백기인 겨울철에는 스캔들 기사가 가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동기에 스캔들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이번 스캔들 보도경쟁도 프로야구가 여름휴가에 들어갔거나 장마로 경기가 대부분 연기된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다른 측면의 분석도 있다. 판매를 겨냥하기로는 마찬가지지만 프로야구 비수기의 ‘때우기’가 아니라 차별성없는 프로야구 기사보다는 선정적인 스캔들 기사를 통해 판매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일상적으로도 이같은 스캔들 기사가 선호된다는 시각이다.

스캔들 보도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또 막연한 설에 근거해서 기사를 쓰더라도 법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도 있다. 스캔들은 대개 당사자에 대한 취재보다는 측근이나 방송가에 떠도는 말을 근거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도가 나간 뒤에도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기자로서는 오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그만큼 적은 것이다. 게다가 피해 당사자격인 연예인이 신문의 위력이나 연예기자와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서 법적인 시비를 걸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연예기자들은 안심하고(?) 스캔들 기사를 쓰는 것이다.

스캔들 보도 경쟁이 벌어지는 또 한가지 이유로 일각에서는 스포츠 신문의 양대세력인 스포츠 기자와 연예 기자 간의 경쟁관계의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연예부의 경우 스포츠신문의 지면중 절대다수를 만들어 내지만 정작 1면을 비롯한 주요 면은 모두 스포츠 관련 기사가 차지하는 실정이다.

스캔들 기사는 연예기사로서 1면에 들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사이기 때문에 연예 데스크는 기자들을 스캔들 기사 사냥터로 내몬다는 것이다.

스캔들 기사의 생성 구조와 함께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기사의 기본이 되지 않은 부실기사를 무책임하게 양산한다는 것이다. 스캔들 기사의 대부분은 연예인 주변의 익명 측근의 주장을 인용하거나 소문을 중심으로 해 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실(fact)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이렇게 불확실한 기사를 쓰면서 당사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확인했어도 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 당사자가 최소한의 반론을 펼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예인 스캔들 보도 사태를 보면 스캔들 기사에 스포츠신문 연예기자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다. 스포츠조선이 ‘최진실·변진섭 파경설’을 보도하고 나서자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도 즉각 스캔들 보도 경쟁에 가세하고 나섰다. 결국 스포츠신문 3사는 치열한 열애설 3파전을 벌인 것이다.

스캔들 기사가 얼마나 졸속으로 급조됐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는 예가있다.

전문 MC 김종찬씨는 몇달전 스포츠 신문기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김한길·최명길 결혼발표보도가 연일 스포츠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을 때였다. 표면상 기자가 만나자고 한 이유는 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자는 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러저러한 질문을 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불쑥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윤여정씨 잘 아시죠” “예, 잘압니다” “어떤 사람이예요” “아 좋은 사람이죠” “집에도 가본적이 있죠” “네 그런 적 있죠” 김씨는 갑자기 엉뚱한 것을 질문하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비교적 솔직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이기자가 확인(?)한 ‘김종찬 윤여정 열애설’은 기사화되지 않았다. 물론 라디오프로그램 소개기사도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참 열애설 경쟁이 벌어지던 지난 7월 23일자 일간스포츠 1면에 이 기사가 터져나온 것이다.

스캔들 보도경쟁이 벌어지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사거리를 지면에 올리면서 생긴 일이다. 최근 집중적으로 보도된 스캔들 기사는 대부분 새로 밝혀진 사실이기보다 연예계에 떠돌던 소문에 정황과 주장을 보태 급조한 것이라고 일선 연예기자들은 털어놓았다.

연예부 기자들은 “원래 이런 기사는 가십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전제하고 “스캔들 내용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사실 확인을 회피해 불가피하게 이런 기사를 쓸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연예인들에게는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기사가 경쟁적으로 지면에 오르는 것은 스포츠신문의 상업성을 감안하더라도 언론으로서 기본윤리조차 저버린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언론인 대부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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