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지역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뒤늦은 대선공약 철회와 후속 대책 부재다.

지난달 30일의 신공항 백지화 결론은 2009년 국토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입지평가를 세 차례나 미루다 결국 백지화를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민들의 갈등만 심화됐다.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에 이어 서울시장 출신의 대통령이 수도권중심주의로 일관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더욱 완화하기로 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오는 11일쯤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현행 산집법은 수도권 내의 공장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첨단업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 규칙이 개정되면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는 첨단업종의 품목이 156개에서 277개로 늘어난다.

   
부산지역 정.관.상공계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신공항 유치활동을 벌여왔던 '가덕도 신공항 유치 범시민 비생대책위원회'는 31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규탄대회 및 기자회견을 갖고 신공항 백지화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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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매일신문은 4일자 사설 <지방은 대한민국이 아닌가>에서 “정부의 이런 행태를 보면 과연 지방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인지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왜 같은 세금을 내고 같은 의무를 다하면서 지방은 이렇게 2등 국민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부산일보도 같은날 사설 <“수도권 규제 완화 저지” 지방의 외침 들어라>에서 “‘경제성이 없다’며 지방발전 정책은 홀대하더니 수도권에는 퍼주기를 하려 한다”며 “한마디로 MB정권의 수도권 중심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특혜”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B/C(비용/편익 비율)를 근거로 신공항에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여타 국책사업과 비교해 유독 동남권 신공항에만 이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전국단위언론은 KTX 개통과 지방공항의 적자문제를 부각하며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영남권 언론은 국토해양부도 ‘장기 신공항 개발계획 분석’에서 2020년까지는 신공항을 개항해야 한다고 인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항공정책연구소가 내놓은 B/C를 보면 밀양은 1.05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산출 기관에 따라 B/C는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게다가 정부 일각에서 내놓고 있는 김해공항 확장은 안전성 면이나 경제성 면에서 대안이 안 된다는 쪽으로 이미 결론이 났다는 지적이다. 김해공항 확장에 많게는 7조5000억 원이 드는데 그럴 바에야 신공항을 짓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제와 경제성을 앞세운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제2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정하고 5년간 모두 50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들 사업에 경제성 분석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신문은 4일자 3면 기사 에서 이를 지적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프로젝트 중 B/C가 0.39인 호남고속철은 2009년 12월 착공했다.

‘4대강 올인’ 정책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국제신문은 4일 ‘수도권 공화국 이대론 안 된다’ 시리즈 <‘4대강 올인’으로 지역 필수 SOC 예산은 쥐꼬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백지화됐고, 경전선 복선전철사업은 민자사업 협상중인 등 4대강 때문에 다른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끝으로 ‘서울지역언론’ 등 수도권중심주의자들이 지역균형발전론을 지역이기주의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이번 신공항 관련보도가 아니더라도 일부 전국단위종합일간지의 수도권 중심 논조는 유명하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6년 8월24일자 사설 <적자 뻔한 호남고속철 왜 강행하나>에서 “지역개발을 한다고 국민세금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007년 5월3일자 논설위원 기명칼럼 <‘해군기지 강정마을’>에서 “(경기 이천) 주민들은 특전사의 안보 기능도 헤아려 보길 바란다. 송파신도시와 이천 사이에서 이리저리 떼밀린다면 특전사가 설 땅은 어디인가”라며 “안보 없는 경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당시 특전사 이전은 서울 송파신도시에 아파트를 세우기 위해서였는데, 동아일보는 이를 모른 체 했다.

한마디로 원하는 것은 주지 않고, 싫다는 것은 가져가라는 투였다. 수도권에 각종 기업이 집적돼 “우리도 오염 한 번 돼보자”라는 지역민의 자조는 전국단위언론에서 찾기 어려웠다.

정창룡 매일신문 편집국장은 “이 대통령이 미래세대에 짐을 지워주기 싫다고 했는데 우리야말로 지역의 다음 세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우리는 지역이기주의자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 전국단위언론과 여러 차례 각을 세워온 데 대해서는 “지역민의 뜻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을 대변하려 했던 것”이라며 “수도권의 이익이 나라 전체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수도권중심주의자들과 우리의 생각은 정반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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