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생한 지구촌 최대의 정보통신망인 인터네트는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네트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먼저 언로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때 중국인민들의 언로를 봉쇄하기 위하여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제하였던 중국당국은 인민들이 팩스를 이용하여 세계각지로 천안문 사태의 소식을 알리는 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정보통신시대에 있어서 일반 국민의 언로를 차단하는 일이 예전같이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으로 중국은 올해 4월 인터네트를 포함한 통신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반 언론과 마찬가지로 검열을 계획하기도 하였으나, 통신망의 특성상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네트를 이용하면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전 세계로 알리는 일이 가능하다. 이러한 인터네트의 매체적 성격을 이용하여 일부 남미 국가의 반독재 투쟁을 벌이는 반군들은 자신들의 강령이나 피해상황을 인터네트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 고발하기도 한다.

또한 인터네트에서는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다른 국가의 단체나 개인들과 쉽게 연대할 수 있다. 인터네트를 이용한 세계적인 연대는 특히 경제기반이 약한 비영리 비정부기관 (NGO : Non government Organization)에서 활발한데, 에코네트(EcoNet), 피스네트(PeaceNet), 그린넷(GreenNet), 데모크라시네트(DemocraryNet) 등의 환경운동 및 평화운동단체들과 적십자사, 국제사면기구 등의 국제단체들이 인터네트를 잘 활용하고 있는 단체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풀뿌리 민주주의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예는 아마 미국 올드 콜로라도 시의 데이브 휴즈(David Hughes)의 전자민주주의를 들 수 있다. 한국전과 베트남전의 참전용사이기도한 데이브 휴즈는 은퇴 후 자신의 고향인 올드 콜로라도 시에서 조그만 전자게시판(BBS)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휴즈는 자신의 BBS를 이용하여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수렴하여 ‘진짜’ 시장에게 정기적으로 알려주었다. 이러한 역할로 휴즈는 올드 콜로라도 시의 전자 시장(Electronic Mayor)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이끌어라, 아니면 떠나라(Lead, or Leave)’라는 특이한 이름의 정치단체를 만든 미국의 X세대인 롭 넬슨과 존 코완은 신세대들은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통렬히 깨뜨리고, 인터네트와 PC통신망을 이용하여 수백만 신세대들을 조직하여 단체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수없이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인터네트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론에 대한 훈련을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있다. 토론보다는 자기주장에 더 익숙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터네트의 온라인 토론장을 이용하여 성숙한 토론문화를 느낄 수 있으며, 각종 시론에 대한 토론에 직접 참가함으로써 지구촌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고 본다.

통신세대를 겨냥하여 인터네트를 이용한 선거운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지난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나선 박찬종 후보가 인터네트의 WWW을 이용하여 자신의 선거공약을 담은 홈 페이지를 발표하였다. 인터네트가 좀 더 보편화되면, 이처럼 인터네트를 선거운동 매체로 사용하는 예도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만일 보다 많은 국민들이 또는 모든 국민들이 정부기관이나 정부 관료들에게 인터네트로 접촉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각 이익집단들은 법안의 심의과정이나 정부조치의 토론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네트는 국가 법률을 제정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미국과 같이 인터네트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이 정부기관이나 국민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사실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한 실질적인 면에서 전자 법률제정은 정부 공보에 공지하고 우편으로 접수받고, 전화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며, 보다 많은 이익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처럼 한 이익집단이 다른 이익집단과 교류하여, 정부의 관여가 전혀 없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도록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상무성 산하 국가통신정보부처(National Tele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연방 라디오 주파수 재조정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응답을 받을 때 이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 보고서는 온라인으로 놓여져 인터네트나 전자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었다. 60개의 기관이 보고서에 응답을 하였는데, 60개 회사의 응답들 또한 온라인으로 놓여져, 일반 대중이 검토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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