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이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하고 예견할 때도 기대를 접지 않았던 영남지역 언론사들이 정부 발표 당일인 30일에는 현실을 감지하고 분노했다.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30일 오후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이라고 밝힌 뒤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과 대구‧경남‧경북‧울산의 조‧석간 신문들은 이를 예견하며 정부와 수도권언론에 날을 세웠다.  

   
부산일보 3월30일자 1면.
 
부산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 <끝내…신공항 접은 MB, 영남은 신뢰 접었다>와 사설 <신공항 유치 20년 노력 물거품 만든 MB정부>에서 신공항이 물 건너간 데 대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분하고 허탈하다. 동남권 신공항이 끝내 쓰나미처럼 쓸려가 버리는가"라며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지방홀대 정책과 이에 맞장구치는 중앙언론의 권위적인 지방 가치관에 할 말을 잃는다"고 했다.

매일신문은 1면 머리기사 <대통령도 참모진도 지역민심 눈감고 귀막았다>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는 강경 발언을 한 적이 있는 수도권주의자"라며 "그런 이 대통령에게 동남권 신공항에 대구경북 등 영남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참모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은 2면에 <"백지화 짜맞추기 쇼 명백…지금까지 우리를 갖고 논 건가">와 <"지방도 좀 먹고살자" 지역 정치권 여야 떠나 결전>을, 3면에는 <정부 대안 검토 '김해공항 확장' 신공항보다 사업성 없어> 등을 싣기도 했다.

정부 발표 내용을 예상한 신문들은 발표 논거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국제신문은 3면 기사 <정부, 부실 용역결과 들고 "경제성 없다" 못 박아>에서 "동남권 신공항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정부의 지적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이 2009년 실시한 '동남권 신공항 개발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은 가덕도 0.70, 밀양 0.73으로 나타났다. B/C가 1.0이 넘어야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공사비는 가덕도 9조8000억 원, 밀양 10조3000억 원으로 가덕도가 밀양보다 5000억 원 적었다.

그러나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신공항 후보지별 경제성 비교분석연구'를 통해 저비용항공 수요와 중국의 환승·환적 수요를 반영하면 B/C가 가덕도는 1.20, 밀양은 1.0으로 올라가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용역이 항공운송산업의 여건 변화를 간과해 B/C를 낮게 산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항공정책연구소가 내놓은 B/C를 보면 밀양은 1.05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국제신문이 지지했던 부산 가덕도가 아닌 밀양이라도 B/C 문제는 합격점을 받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은 안전성 면이나 경제성 면에서 대안이 안 된다는 쪽으로 이미 결론이 났다는 지적이다. 국제신문은 사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에서 "(김해공항) 활주로 확장에 많게는 7조5000억 원이 든다는데 그럴바에야 가덕도에 새 공항을 짓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기업 이전을 '민심 무마용'으로 흘리고 있지만, 이들 신문은 마음을 풀지 않았다. 부산일보는 앞서의 사설에서 "분노를 사탕으로 녹이려 하지 마라…지금 지역민들은 젖달라고 보채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MB정권에 기대할 수 없다면 스스로 쟁취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보궐선거도, 내년 총선 대선도 남았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국무총리를 앞세운 데 대해서도 분노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부산일보는 "신공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치열한 경쟁으로 입지 결정을 하기 곤란했다면, 처음부터 대통령이 나서는 게 차라리 당당했을 것이다. 진정성을 담아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한다"며 "앞에 나서서 책임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뒤에 숨는 모습은 비겁하다. 공약은 대통령이 어겨놓고 총리를 시켜 담화하는 모습은 추해 보인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2면 기사 <공약은 대통령이 어기고, 담화는 총리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신공항이나 과학벨트 문제를 국무총리실에 맡긴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소말리아 해적 구출 작전성공 등 이른바 '면이 서는 일'에 얼굴을 내민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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