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민주 정치는 정부가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통령 등의 임기동안 정부가 독선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합당한 정치가 아니다. 이런 면에 비춰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내 정치와 대북 정책에서의 일방통행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 사항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를 표류시키면서 영남권내의 갈등이 심각하다. 또한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초기 대응에서 정부가 많은 실수를 범했다는 백서를 내놓고도 ‘이 사고 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국민적 의혹을 색깔론을 앞세워 적대시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취했다. 이뿐 아니다. 정부의 대북 강경 군사정책에 편승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남쪽 주민 간에 몸싸움, 장시간 대치 등이 벌어지거나 대북 투자업체가 도산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가능성을 최근 국토해양부가 공개 표명하면서 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영남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신공항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은 물론 언론 광고 활동 등을 활발히 벌여왔으며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또한 심각한 힘겨루기를 전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탈락할 수 있다는 국토부 쪽의 언급이 나오면서 대통령 공약 파기에 대한 영남권 주민의 분노와 반발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경향신문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북한의 주장대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 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1년 전 우리는 가해자인 적 앞에서 국론이 분열됐다. 가슴 아픈 일이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천안함 사고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적 행위로 단정 짓는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정부비판 목소리를 원천 봉쇄한다는 의혹을 자초한다. 또한 남남 갈등에 기름을 붓는 발언이다. 이 사건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을 명예롭게 하기 위해서 정부가 확실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경향신문 25일).

이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 24일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서 ▲천안함 조사 발표 시기가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으로 오해 소지가 있었고 ▲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뢰의 실물크기 그림을 잘못 제시함으로써 전체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으며 ▲제기되는 의혹에 치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등의 과오를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천안함 진상발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전문가, 시민사회 단체 등의 행위를 북한의 주장과 동일 시 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남북한 당국간의 살벌한 맞대응 속에서 대북 전단 살포문제를 둘러싸고 남측 주민 간에 심각한 대립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그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명박 정부가 대북 전쟁 불사론을 기정사실화하고 북한도 ‘조준 타격,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는 쏟아놓는 비상한 국면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주민간의 충돌을 정부가 방관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실시하려던 대북전단 날리기 행사가 26일 현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무산됐다. 현지 주민 30여명은 이날 대북전단을 날릴 경우 ▲북한의 조준 격파로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영농철을 맞아 출입 통제가 되는 등 점점 농사일을 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걱정되며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 군부대 장병의 외출ㆍ외박이 통제돼 지역경제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트랙터와 트럭 등으로 마을 진입로를 봉쇄한 뒤 대북전단을 날리지 말고 돌아가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주민과 국민행동본부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한때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심각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연합뉴스 26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갈등은 임직각에서도 이미 발생했고 백령도 주민들도 대북 전단 살포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측 정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측의 군사 행동이나 도발에 강력 대응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일단 유사시 전면전 또는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민이 불안해하는데도 10.4선언 이행 등을 통한 남북간 평화와 안전 대책을 외면한 채 ‘국민은 전쟁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감수하라’는 식의 태도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의 이런 태도는 대북 투자업체들이 5.24조치이후 심각한 경영난은 물론 도산 등의 위기에 처했지만 개별 기업의 손해는 불가피하다는 식의 유권해석만을 앞세우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간 교역ㆍ교류를 전면 금지한 `5ㆍ24 조치`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한 대북 위탁가공 업체가 최근 처음으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생산물품 전량을 평양에서 위탁생산해 온 아동복 제작 업체 A사 대표 김 모씨는 21일 정부를 상대로 21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매일경제 22일).

이 대통령의 원칙 없는 3류 정치 행위로 국론이 분열되거나 정부에 강력한 불만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관련특별법이 만들어져 추진 중이던 세종 시 건설문제를 백지화하려 했다가 이를 둘러싼 격렬한 대립상태가 벌어진 뒤 백지화되었다. 청와대는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를 독려 또는 기정사실화하는 식의 언행을 함으로써 야당 국회의원들의 집단 사퇴 사태를 야기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계획의 수정방안을 둘러싼 심각한 내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대통령은 87년 6월 항쟁이래 꾸준히 신장세를 유지하던 정치 및 경제 사회민주화에 제동을 거는 일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박정희 시대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것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의 인권탄압, 표현의 자유는 물론 언론자유 악화 등의 비판이 일면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 정권들이 북한과 합의한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일방적으로 전면 부정하면서 북한을 아예 대화상대로 인정치 않는 태도로 임하는 과정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발생했다. 10.4선언 등을

   
고승우 전문위원
 
이행했으면 예방이 가능했을 이들 사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증거와 명분이 명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북한을 ‘도발자’로 몰아붙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남북간에 전쟁 일보직전의 상태가 발생하고 중국, 러시아 등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와 동북아에 신 냉전 상황이 재발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약속위반이나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의 대북 응징론을 앞세워 북한의 반발로 이어지는 현상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서 민주주의의 기본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상대로 투명한 정치, 국민의사와 생존권을 최우선시하는 정치를 해야지 국민의 편을 갈라 공안통치의 대상으로 삼거나, 지역 주민간 갈등 또는 일부 기업인들의 고통을 조장 심화시키는 식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3류 정치는 국민을 피로하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국격을 손상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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