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노조가 11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반 소송과는 달리 처음으로 통치자의 발언보도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소송 대상자가 대통령이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사라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여타 소송과 다를 바 없다. 내용에 들어가서도 보도내용에 대한 반론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법구제 절차로 이해될 수 있다.

한통노조가 불법파업을 한 적도 없고 국가통신망을 마비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에 ‘국가전복 저의’가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며 따라서 이를 여과없이 보도한 언론은 정정보도(반론)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과 내용의 당연성에도 불구, 이 소송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취재원이 통치권자라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한 적도 없고 또 이를 보도한 언론을 문제 삼은 적도 없다는 점에서 언론계와 법조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사안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우선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취재원의 발언(발표)에 대해 언론이 수사권도 없고 그 진위를 입증할 충분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일방적인 보도로 인해 보도대상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정정(반론)보도를 해야 한다는게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안도 지금까지 판례를 준용한다면 언론사가 정정(반론)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통치권자의 발언보도에 대해 일일이 반론보장을 요구해올 경우 통치행위에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청구를 기각할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 일부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정치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 간부들도 정치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통치권자 발언보도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정치적 이념과 관련있다고 보는 것이다. 곧 통치권자의 발언을 사실대로 보도했는데도 이를 문제 삼는다면 이는 보도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 정치적인 문제 제기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언론중재위 중재과정에서 언론사 간부들이 한결같이 “대통령의 발언보도에 대해 일일이 반론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애당초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한데서도 잘 읽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통노조나 법조계에선 애초부터 언론사들이 ‘대통령 관련사항’이라는 점 때문에 정정(반론)보도 요구에 응하지 않으리라고 진단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박홍총장의 ‘북한사주’ 발언에 대해 반론보도를 했음에도 불구, 같은 유형의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반론요구를 묵살한 것은 ‘눈치보기’ 차원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건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 취지에 충실할 것이냐,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할 것이냐는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 여부를 떠나 분명한 사실은 언론이 대통령의 발언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통노조에 심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발언을 단지 통치권자의 발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보도 한데 대해선 법의 심판여부와 관계없이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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