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신임 서울시 부시장의 서울지하철 노사문제 발언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정부와 경영자쪽 입장에 편중, 심하게 균형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항상 사용자쪽에 유리한 보도를 해왔던 우리 언론의 편향된 노사보도 관행 및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부시장이 8일 해고자 복직에 대한 발언을 꺼내자 각 언론은 처음엔 이 발언을 객관적으로 보도했으나 경총과 기업체·노동부 등의 반발이 있자 차츰 이들의 입장에 맞춰 경사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부시장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조선·동아일보 등 일간지들은 주요 발언 내용을 사실보도했다. 경제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서울경제는 ‘서울지하철 분규 해결 본격화’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매일경제는 ‘지하철공사 노사협상이 급진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 해결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언론은 경총이 이 발언을 문제삼고 나오자 태도를 돌변, 예의 ‘사용자 편들기’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11일 ‘재계 분규확산 우려 긴장’ 제하의 기사에서 경총·노동부·현대·대우그룹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노사분규가 우려된다”는 재계의 입장을 비중있게 전했다.

매일경제 역시 10일 1면에 ‘지하철해고자 복직 마찰’ 제목의 기사에서 이부시장의 발언이 “노동정책의 구도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노동부 관계자의 반대입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1일자 2면에 ‘재계 민간기업 악영향 반발’ 기사에서 경총 관계자의 “해고근로자의 무조건 복직은 곤란하다”는 말을 인용, 재계의 반발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부시장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동아와 중앙은 13일 ‘인기성 노동정책의 문제’ ‘이부시장의 언동’이라는 제목으로 재계의 입장을 일방 옹호하는 사설을 내보냈으며 조선과 매일경제도 각각 12일과 11일 사설을 통해 이부시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노동계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모신문사 시청 출입기자는 “처음에는 신문사 내부에서 이부시장의 발언이 지하철문제의 전향적인 해결책이란 반응이 우세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경총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신문 논조가 완전히 뒤집혔다”며 “이는 언론이 노사문제를 다룰 때 정부와 경영자쪽 입장만을 부각시키는 고질화된 보도관행의 재현”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 일간지 편집기자는 “데스크가 노사관련보도의 편집방향이나 기사량을 재계쪽 입장을 크게 다루도록 주문하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라며 “이부시장 발언 관련 보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총·재벌기업·노동부로 이어지는 ‘노동자 옭아매기’ 삼각끈에 편승, 문에 대한 객관적 접근을 외면한 채 편향보도를 일삼고 있는 언론의 고질병에 대해 이제는 본격적인 치유에 나설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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