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목적

최근 정부 여당내에서 금융실명제, 토지거래허가제 등 개혁정책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민정계는 개혁추진 과정의 문제로 민자당의 지지기반인 중산층이 이탈해 선거패배를 초래했다며 개혁정책의 근본적인 궤도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계는 개혁의 ‘중단없는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철저하지 못한 개혁이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행선을 달리는 입장 대립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국민의 요구’임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진정한 요구는 무엇인가. 국민들은 개혁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개혁의 불철저함 때문에 사회정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가.

본지는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개혁정책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언론이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과 바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따른 정론을 펴주기를 기대하는 뜻도 담겨있다.

조사방법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20세이상 전국 주요도시 시민 6백7명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은 성별, 연령, 교육수준, 소득, 직업, 행정단위를 고려해 선정했다. 조사방법은 예비 조사와 면접원 교육을 거친 후 전화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일은 29, 30일 이틀간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98이다.

표본특성

성별 : 남자 2백99(49.3%), 여자 3백8(50.7%)
연령별 : 20대 1백78(29.3%), 30대 1백67(27.5%), 40대 1백4명(17.1%), 50대 이상 158(26%)
학력별 : 중졸이하 1백40명(23.5%), 고졸 2백32명(38.9%), 전문대졸 27(4.5%), 대졸 이상 1백97(33%)
지역별 : 서울 1백62(26.7%), 인천·경기 1백9(18%), 강원·충청 80(13.3%), 호남 73(12%), 대구·경북 75(12.3%), 부산·경남 1백1(16.7%), 제주 6(1.1%)

항목별 분석

개혁의 지속성 여부에 대한 견해

현정부의 개혁 추진 정책이 초기에 비해 지속되고 있는가의 여부에 대해 후퇴 또는 실종됐다고 보는 견해가 개혁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에 비해 많았다.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다’가 35%였고 ‘실종됐다’는 극단적인 평가도 18.1%나 됐다. 전체적으로 53.1%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견해는 전체적으로 41.1%였지만 이중 32.2%가 ‘다소 미진하지만’ 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개혁이 후퇴조짐을 보이거나 실종됐다는 의견은 주로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와 사무 전문직, 학생들이 많았고 지역별로는 강원, 충청권에서 높게 나타났다.

개혁추진 과정의 미비점

개혁추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철저하지 못하다’와 ‘개혁의 혜택을 개인차원에서 느끼지 못하겠다’가 각각 26.6%, 26.5%로 나타났다. 이는 개혁이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사례가 많은데 대해 국민들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제까지의 개혁이 국민생활의 개선보다는 외형적인 면에 치우침으로써 국민생활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음은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김영삼정부의 독선적인 정책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보여진다. ‘일관성이 없다’는 응답도 18.8%나 됐다.

성별로는 남자는 국민적 합의부족을, 여자는 개인적 차원의 혜택을 못 느낀다는 응답이 많았다. 학력별로는 중졸이하는 국민적 합의부족을, 고졸은 개인적 차원의 혜택 부족을, 대졸이상은 개혁의 불철저함을 들었다.

경제개혁으로 인한 사회정의 실현

53.5%가 금융실명제, 토지거래 실명제 등 일련의 경제개혁이 ‘사회정의 실현에 도움이 됐다’(아주 많은 도움 7.5%, 다소 도움 46%)고 응답, 경제개혁의 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44.2%(아주 도움 안됨 17.4%, 별로 도움이 안됨 26.8%)로 높았다.
경제개혁이 사회정의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연령이 적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많았고 지역별로는 부산 경남권이 높게 나타났다.

경제개혁으로 인한 음성소득 불로소득 근절 여부

경제개혁의 가시적 성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59.2%가 일련의 경제개혁 정책에도 불구, ‘음성소득이나 불로소득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없어졌다’는 35.3%였다.

없어지지 않았다는 의견은 남자와 20-40대, 자영업, 사업, 공무원, 학생층에서, 소득별로는 월2백만원 이상층에서 많았다.

경제개혁 실시로 인한 불편이나 손해본 경험

금융실명제 등 일련의 경제개혁 실시로 불편을 느끼거나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12.9%에 불과했다. 반면 절대다수인 86.2%는 ‘불편이나 손해를 본 경험이 없다’(전혀없음 55.5%, 별로 없음 30.7%)고 답해 정치권 일부에서 마치 국민들이 크게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표시했다.

개혁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불편이나 손해를 본 국민들 가운데서도 그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가 50.7%로 ‘감수하기 힘들다’는 응답(48%)에 비해 약간 높았다.
사람으로 환산하면 20명중 1명만이 “경제개혁으로 손해를 입었고 감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과도한 개혁추진이 민자당 선거패배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한 견해

민자당의 선거패배가 과도한 개혁추진 때문이라는 민자당내 일부 주장에 대해 62.2%가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전혀 동의못함 37.6%, 다소 동의 못함 24.6%) ‘동의한다’는 견해는 28.9%(전적으로 동의 7.6%, 다소 동의 21.3%)로 나타났다.

‘동의못한다’는 입장은 남자와 고학력층, 저연령층에서 높았고 직업별로는 자영업, 사무전문직 공무원, 학생층에서 많았다.
이는 선거패배의 원인을 개혁추진에서 찾고 있는 민자당 민정계의 주장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파적 이익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혁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61%로 ‘만족스럽다’(36.9%)는 견해에 비해 훨씬 높았다. 불만스럽다는 반응은 30대와 대졸이상 고학력자,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개혁정책이 잘 되지 못한 이유

개혁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무원 조직의 타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34.8%로 가장 높았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민자당내 반개혁세력의 반발’(20.7%)을 들고 있는데 이는 민정계를 중심으로 한 민자당내 일부 세력이 개혁정책의 궤도수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청와대의 의지나 능력부족’(19.8%) ‘재벌이나 기득권자의 반발’(18.5%)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직업별로 보면 사무 전문직, 공무원, 주부는 공무원 조직의 타성을, 자영업, 사업, 서비스업, 농 임업은 민자당 반개혁 세력으 반발을, 학생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많이 들었다.

김영삼 대통령 지지도 하락 이유

최근 김대통령의 인기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의 미숙과 독선이 2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위기관리 능력의 부족’(24.2%) ‘지역불균형 해소 실패’(21.1%) ‘자의적인 정치경쟁자 제거’(10.3%) ‘개혁추진의 문제로 인해’(8.9%) 순으로 지적했다.

특기할 점은 김영삼대통령의 인기도 하락이 개혁추진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8.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개혁추진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자와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국정운영의 미숙과 독선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다.

개혁정책과 언론

금융실명제등 경제개혁 조치가 ‘언론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40.5%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견해(36.1%)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또 이런 이익 불이익 여부가 보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67.6%로 어떤 형태로든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보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정책에 대한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촉진시킨다’(44%)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된다’(42.6%)가 거의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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