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선정된 컨소시엄 4곳 가운데 채널A(동아일보), MBS(매일경제신문) 등 2곳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청한 22일까지 초기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실심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천억 원의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주주들에 대해 엄격히 심사했어야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법적으로는 오는 31일까지 주금납입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되고, 6월 말까지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2년 이상 종편 사업을 준비해 온 사업자가 ‘기본 중의 기본’인 자본금 납입을 1차 기한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준비가 그만큼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편 준비팀에서 활동한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2곳이나 초기자본금을 채우지 못해 1차 승인 신청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심사위원회가 이른바 ‘묻지마 주주’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에서도 나온 바 있다. 조선은 지난 1월 1일 <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아… “종편 안착 위한 대책 필요”> 기사에서 “상당수 전문가는 4개 종편사업자가 총 1조5000억원이 넘는 납입자본금을 실제로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일주일 남짓한 짧은 심사기간 동안 심사위원들이 6개 종편사업 신청자, 5개 보도사업 신청자의 사업계획서와 각 사당 10만 페이지에 가까운 부속 서류를 보면서 참여 주주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선은 한 방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무리하게 자본금을 모은 사업자들은 앞으로 자본금을 실제 납부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조차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난해 9월 종편·보도채널 희망사 11곳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을 때 일부 언론들은 복수 컨소시엄에 중복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방통위는 여러 컨소시엄에 5% 이상 중복 참여하는 주요주주의 경우 재정적 능력과 자금출자능력 등의 평가에서 최저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탈이 속출할 수 있는 1% 미만의 소액주주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일부 사업자가 주주구성조차 아직 하지 못했다는 건 졸속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반증”이라며 “언론사들이 자본금 납입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업에 많이 읍소했을텐데 3개월 동안 못했다는 것은 정부가 정치 논리로 무더기 허가했지만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방통위는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사업자에게 납입 기한을 연장해주기보다는 분명한 선을 그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심사위원들은 계획서와 당사자 의견청취를 통해 투자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고, 계획을 실현시키는 것은 사업자의 몫”이라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이어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일정을 진행하고 있고, 납입금도 1회 연장이 가능한 상황에서 부실심사라는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만약 대상 사업자가 자본금 납입을 못할 경우 허가는 취소된다”고 밝혔다.

한편, ‘부실심사’ 논란은 연임을 앞둔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책임 문제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가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종편심사가 부실했고 특정 언론사를 밀어주기 위한 심사라는 게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가뜩이나 ‘방송통제위원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최 후보자에 대한 책임론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통위의 종편·보도채널 심사 정보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여서 중복주주 참여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