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맞아 MBC 사내에서는 교도소에 대한 기획안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신인간시대>를 비롯, 2백회를 맞은 , 그리고 <시사매거진 2580>팀이 교도소를 취재하겠다고 나섰다. 법무부 취재허가를 따내는 팀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방침을 정한 결과 <신인간시대>가 선택됐다. 하지만 삼풍백화점붕괴 여파로 제헌절에 맞춰 기획한 ‘무기수’(가제)는 24일 오후 8시에 전파를 탄다.

처음 <신인간시대>팀이 기획한 것은 사형수였다. 그러나 사형수를 취재한 전례가 없는데다 희망하는 재소자도 없다는 법무부측의 설명에 따라 부득이 무기수를 취재하기로 했다. 제작팀은 법무부가 지정한 안양교도소로 떠났다.

주인공은 노름을 하다가 빚을 진뒤 이를 갚기 위해 강도살인을 하고 15년 7개월을 복역중이었다. 혹시 신분에 위축돼 촬영이 어려울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단 씩씩한 성격이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무기수는 대부분 모범수라는 점도 취재를 용이하게 했다.

교도소측은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하기 때문인지 여러가지로 조심스러운 듯했다. 한편으로 보안유지에 신경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한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작업장의 모습이나 공부하는 재소자는 보여주면서 독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무기수의 생활은 언뜻 보기에는 ‘잘해놓고 산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일반 죄수들보단 그랬다. 하지만 죄수에 대한 인권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만 보여준다는 것은 교도소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게 제작팀 생각이었다. 반대로 그런 교도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들어가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도소가 죄인에게 그 정도 해주는 것도 과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잖으리라는 고민도 가졌다.

이 미묘한 입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결국 판단의 잣대는 시청자에게 맡기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로 했다. 제작진은 피해자 가족모습도 담으려했지만 찾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일단 어렵게 촬영은 했지만 편집은 더 어려웠다.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인권이 문제였다. 주인공의 얼굴은 나가지만 실명을 써야할지 가명을 써야할지 고민이 계속됐다. 더욱 큰 문제는 다른 재소자였다. 주인공만 계속해서 화면에 잡을 경우 프로그램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다른 재소자의 모습도 앵글에 담았다. 그럴 경우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얼굴을 지워서 방송해야 한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에서 너무 많은 출연자의 얼굴을 지우면 프로그램의 사실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보통 고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것은 프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었다. 휴먼다큐는 주인공을 어느정도 미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살인을 한 죄인으로 사회규범을 일탈한 사람을 미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작진은 결국 한사람이 죄를 짓고 난 뒤 그의 생활과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담담하게 추적하기로 했다. 화면에 비춰지는 교도소의 모습과 한 인간의 고뇌를 시청자들이 판단해 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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