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공동대표 이민웅) 등 보수적인 미디어시민단체도 종합편성채널의 앞날에 물음표를 매기고 있다. 보수적인 언론학자들이 꾸린 공발연은 2006년 7월 출범 이후 정연주 사장 체제의 KBS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진보적인 미디어시민단체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기존 방송사들에 문제를 제기하며 종편채널의 출범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발연이었지만, 이들도 과당경쟁 등으로 인해 종편사의 공정성 확보 약속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보수적인 언론단체’의 종편론을 살펴본다. / 편집자

“종합편성채널의 성패 여부는 스테이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는데, 버틸만한 ‘실탄’은 있나.”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에 선정된 신문사들이 보도 공정성 등을 자신하고있지만, 학계에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지우지 않고 있다. ‘이전투구’식 경쟁은 결국 저널리즘의 질적인 하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며, 종편채널 선정사들이 그 과정을 견뎌낼 ‘실탄’을 비축하고 있느냐는 의문에서다.

   
지난 1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종편채널 보도의 공정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참석한 종편 4개사 보도부문 담당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단 보도본부장, 정박문 매일경제 종편출범위원회 부장, 강효상 조선종편 CSTV 보도본부장, 이규연 중앙종편 jTBC 보도국장. 왼쪽부터)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민웅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공동대표(한양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공발연 주최 종편 및 보도채널 라운드테이블에서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등 종편 및 보도채널 진출 언론사들의 약속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책임하게 종편 4개에 보도채널 1개를 시장에 풀어놓았다”며 “‘죽기 살기’식으로 시청자 쟁탈전을 벌이면 저널리즘의 질적인 수준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방송사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성공 여부의 결정적인 변수인데, ‘이전투구’ 식 경쟁을 지양하면서까지 스테이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가 (납입 자본금을) 제일 많이 모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1년 치 제작비나 될까 말까 하지 않나”라며 “종편이나 보도채널에 대한 기대를 실현시키려면 결국은 ‘실탄’의 문제다”라고 했다. 이들은 사업계획서에서 각각 중앙일보컨소시엄이 4220억 원, 동아일보컨소시엄이 4076억 원, 매일경제컨소시엄이 3950억 원, 조선일보컨소시엄이 3100억 원을 납입자본금으로 내겠다고 제시했다. 이 액수에 대해 방통위 상임위원 등 전문가들은 1∼2년 견디기에도 부족한 액수라고 봤었다.

이 때문에 이날 학자들은 종편사들이 경쟁상대를 어디로 할 지, 어떤 모델을 지향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종편 선정을 앞두고 종편의 경쟁사이자 모델을 SBS로 할 것인지, 아니면 CJ의 tvN 혹은 ‘mbn의 확장판’으로 할 것인지 정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해왔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종편이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갖고 지상파를 위협할 것인지 아닌지 기본적으로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종편이 지상파를 위협하거나, 능가하기를 원했다. 이 교수는 “방송은 매몰비용이 크고, 특히 보도는 인-하우스(in-house)로 할 수밖에 없지만 기왕에 투자할 것이라면 본 때나게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초기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예능이라면 유재석을 불러오면 되지만, 보도는 그럴 수도 없고 설령 최고의 기자나 앵커를 영입한다고 해도 예상한 만큼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종편사들은 기존 신문이 구축해놓은 정체성을 초기에는 전략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는 “시너지 측면에서 보면 종편 정착 단계까지는 기존 신문을 보던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조선종편, 중앙종편이 기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컬러와 아이덴티티를 십분 활용하는 게 투자 대비 효용에서도 좋고,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조직적인 측면에서 당장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문과 종편이 너무 배타적인 운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는 “신문은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나와 있듯 경향성을 보장해주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다”며 “현행 방송법에는 공정성과 독립성 등 방송사업자가 지켜야 할 게 굉장히 많은데 사업자들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의 자유는 경향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의사표현의 자유지만, 방송의 그것은 시청자에 봉사하는 자유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일례로 현행 방송법 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MBC 에서 불거진 바 있듯 편성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방송편성규약은 어떻게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인지 추후 방송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더 나아가 “종편의 차별화 전략과 공정성 담보가 상충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기존 방송사와 차별화된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 신문 보도에서 내보인 경향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종편 사업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요구하는 방송통신심의규정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참여한 종편 및 보도채널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자신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종편사들의 광고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교수는 “신문기자 생활의 감각이 혹시 (종편사 광고 영업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종편사들이 광고영업을 직접 하지 않는 방향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일례로 모 신문사가 대학 순위 평가를 할 때마다 그 신문사에 각 대학의 광고가 집중되는데, 이런 일이 종편에서 재발될까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준웅 교수는 “종편사가 광고주를 압박해서 광고를 따오는 것이 가능할지, 오히려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직접 압력을 받는 새로운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한 (부적절한) 거래행위를 걱정하지만 전체 광고시장으로 보면 광고 집행의 과학화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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