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내란은 처벌할 수 없는가. 성공한 쿠테타는 사법적 대상이 아닌가.

최근 5·18 관련 고소·고발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은 ‘성공한 내란은 처벌할 수 없다’는 법 이론을 내세우며 공소권 없음을 밝혔다. 그 담당검사는 어떤 케케묵은 법 이론을 원용하면서 이성계의 위화도 척군을 예로 들기도 했다. 더욱이 검찰은 이른바 제5공화국을 두고 헌정질서의 연속성을 고려, 내란 여부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주관적인 견해까지 공언했다.

참으로 검찰로서는 주제넘는 이론을 전개했고 괴변마저 늘어놓았다. 솔직히 검찰이 통치권자의 결단이 없고는 공소할 수 없다고 말하던가, 특별법의 제정이 뒷받침돼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더라면 우리는 그 충정을 이해할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권의 시녀노릇만 해오던 검찰은 한 술 더떠 거창하게도 현대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봉건전제시대에는 절대권력이 군주에게서 나왔다. 따라서 군주의 지시와 행동이 곧 법령과 규범이 됐다. 또 왕조가 창업됐을 때 그 왕조 아래에서 결코 그 과정에 일어난 일은 논란이나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 창업주가 벌인 위화도척군은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시대에는 선왕의 법도를 어겼거나 무도하게 백성을 죽인 군주는 연산군처럼 왕위에서 쫓겨났고 이를 반정이라 불렀다.

세계의 역사는 무수한 피를 흘리며 이런 전제군주를 타도하고 민주정치제도를 수립해왔다. 최고통치자도 헌법을 준수하고 삼권분립원칙에 따라야하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이런 민주제도 아래에서 헌법을 중단시키고 삼권을 유린한 반역자들이었다.

전두환정권은 권력을 잡기위해 무수한 시민을 죽이고 불법으로 체포·구금·고문을 자행했다. 그러니 전두환 정권은 바로 반민주·반역사의 반역자 집단이었다.

우리는 해방 후 반민족적인 친일 반역배들을 처벌치 않았다. 그리하여 민족정기가 죽었고 역사의 좌절을 맛봤다. 이런 민족적 모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후손들에게 커다란 수치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전두환 등 반민주적 군사반란자의 실정법적 처벌을 보류하고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면 민주발전에 또한번 역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역사 경험법칙으로 봐 계속 이어지게 된다.

흔히 당사자이건 방조자이건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편리한 도피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동안 불법으로 권력을 쥐고 마구 휘둘렀고 부정으로 축재를 하고 잘 먹고 잘 살고나서 역사의 무덤속으로 돌아가겠다니 가치의 혼돈이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문민정부라고 내세우는 현 집권세력이나 최고 통치자는 이런 역사의 판단을 일개 검찰에 맡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특별법을 제정, 5·18 관련자들을 모두 응보의 처벌을 받게 해야 군사정권의 사생아라는 후세의 평가를 면할 것이다. 그리고 5·18을 내세워 훈장을 받거나 지금도 자리를 누리고 있는 군인 정치인들은 겸허하게 민족앞에 참회하고 공직에서 물러나야만 그 죄값을 한푼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외침은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다스리라’는 것이다. 미친개는 몽둥이로 패서 응징하는 것이 정의의 구현이다. 이런 심판이 있어야 백년쯤 뒤에 그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면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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