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일부 언론사가 로비스트를 고용하거나 청와대 인맥을 통해 클린턴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지만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비춰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소문의 진위여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지 특파원들은 이같은 소문이 이미 워싱턴 특파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한다. 실제 소문의 근거를 추적했던 모신문사 기자는 “물증만 확보하지 못했을 뿐 소문의 내용은 거의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고 또 다른 특파원도 신빙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특파원은 백악관이 한국 일부 언론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김영삼대통령 방문전까지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미뤄 로비는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비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뒷거래’라는 점에서 좀처럼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점과 현지 특파원들의 전언을 감안하면 로비규모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로비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시 된다.

문제는 로비스트까지 고용, 외국국가 원수와의 인터뷰를 추진한 전례가 없었다는 것. 비정상적인 방법일 뿐더러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기업체가 현지진출 및 상품판매 등을 위해 로비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언론사가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로비스트까지 고용한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백악관의 반응에서도 그런 조짐이 엿보인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이같은 행태가 단순히 언론사간 과열경쟁의 와중에서 빚어진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측면으로 모아지고 있다. 국내정세를 고려할 때 일부 언론사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결코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김영삼정권이 지자체선거 참패에 이은 삼풍참사로 인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방미를 위기 타개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의 인터뷰 추진은 ‘냄새’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을 끌어내 위기를 맞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을 간접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별한 현안이 없고 또 이미 현지 특파원들이 공동취재를 요청해 놓은 상태에서 굳이 무리수를 둬가며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터뷰 추진 언론사가 친정부 논조를 펼쳐왔다는 점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나팔수’의 역할을 맡았으리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특히 모방송사의 백악관 접촉이 청와대의 지원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쨌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이번 일은 과거부터 해외순방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돼왔던 사전홍보 작업의 또다른 측면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예전에 해외순방을 나설 경우 정부가 현지공관이나 기업을 통해 현지언론에서 유리한 기사를 다루도록 ‘공작’을 해온 것이나 이번 일부 언론사의 로비가 주체와 성격이 다를 뿐 결국 ‘알아서 모시기’의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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